식대 9만 원짜리 예식장에 가족 4명이서 10만 원만 낸다는 게
축의금 고민은 정말 끝이 없다
요즘 결혼식 초대장을 받으면 일단 식대부터 확인하게 된다. 예전에는 그냥 적당히 성의 표시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물가가 너무 올라서 그런지 식대 가격이 기본 8만 원에서 9만 원, 비싼 곳은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더라. 얼마 전 직장 동료 결혼식 때문에 고민이 깊어졌다. 강남에 있는 꽤 규모 있는 웨딩홀이었는데, 4인 가족이 다 같이 가야 할 상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결국 혼자 다녀왔다. 아내랑 아이들까지 데리고 갔다가 10만 원 내고 식사하고 오면, 신랑 신부한테 미안해서 얼굴을 어떻게 보나 싶었다. 아니, 애초에 4명이서 10만 원을 내고 밥을 먹는 게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막상 인터넷 커뮤니티에 그런 사연들이 올라오면 댓글들이 참 살벌하더라.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나도 당사자가 되면 서운할 것 같으면서도 막상 내 지갑 사정을 생각하면 덜컥 겁부터 나는 게 사실이다.
결정사 비용 상담받으러 갔다가 든 생각
결혼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주변에서는 결정사를 한번 가보라는 말을 은근히 한다. 그래서 작년에 호기심 반, 반강제적인 떠밀림 반으로 강남에 있는 결혼정보회사 상담을 예약했다. 상담받으러 갔을 때 느꼈던 그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가입비가 수백만 원 단위라는 말을 듣고 나니, 이게 사람을 만나는 건지 무슨 비싼 물건을 사는 건지 헷갈리더라. 등급을 매기고, 연봉을 묻고, 학벌을 확인하는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차라리 기독교 소개팅 어플을 깔거나 지인들한테 부탁하는 게 훨씬 마음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거기서 계약은 안 했다. 나중에 비용 생각하다가 스트레스받아서 탈모 올 것 같아서 말이다.
결혼 준비가 아니라 거대한 프로젝트를 하는 기분
웨딩박람회라는 곳도 한번 구경 삼아 가봤는데, 이건 뭐 축제가 아니라 거의 군사 작전 같았다. 상담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가득 차 있고, 여기저기서 계약하라고 닦달하는 소리가 들리니 기가 빨렸다. 홍현희나 정소민 같은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결혼 생활 보여주는 걸 보면 참 예쁘고 좋아 보이는데, 막상 실상은 예식장 잡는 것부터 식대 계산, 스드메 상담까지 챙길 게 너무 많다. 도대체 다들 어떻게 그렇게 척척 해내는지 궁금할 정도다. 나는 남들 다 하는 건데도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하석진 같은 배우들도 방송에서 결혼 압박받는다고 토로하는 거 보면, 누구에게나 이게 참 숙제 같은 모양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좁아지는 인간관계
예전에는 주말에 친구들 만나서 술 마시고 노는 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주말마다 결혼식 다니느라 바쁘다. 정작 나는 결혼도 안 했는데 축의금만 내는 기분이라 가끔은 씁쓸하다. 주변에서 “언제 하냐, 좋은 사람 없냐” 물어볼 때마다 그냥 적당히 웃어넘기지만, 속으로는 나도 모르겠다는 말이 턱 끝까지 올라온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니 누군가 새로 만나는 것도 에너지가 많이 들고, 그렇다고 소개팅 어플을 쓰자니 가벼운 만남만 있을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그냥 주말에 아무 일 없이 쉬고 싶은 날도 많은데, 청첩장 하나 오면 괜히 심란해져서 토요일 일정을 체크하게 된다.
결혼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결혼하는 이유가 뭘까 가끔 진지하게 생각한다. 예전 어른들은 다 하니까, 때가 됐으니까 하는 거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나. 주변을 보면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도 있지만, 육아나 생활비 때문에 치열하게 싸우는 부부도 많다. 특히나 부모님 세대와 지금 세대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 차이는 좁히기 참 힘들다. 부모님은 자녀가 결혼하면 그게 인생의 숙제를 끝내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정작 결혼하는 당사자들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 아니라 또 다른 거대한 고민의 시작이라는 걸 잘 아니까. 그 간극에서 오는 피로감이 꽤 크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는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혼자 적당히 벌고 쓰면서 지내는 게 나은지 여전히 결론을 못 내리겠다. 내년에도 결혼식에 불려 다니며 축의금 액수나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도 결혼식마다 축의금 생각하면 마음이 좀 쓰였어요. 특히 가족들이 물어보는 게 신경 쓰이더라고요.
식대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군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상황이 얼마나 답답할지 알 것 같아요.
글 읽고 있자니 마음이 좀 쓰였네요. 4인 가족 데리고 가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너무 부담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