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비 500만원이라는 말에 그냥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문의를 넣었다
주변에 다들 결혼해서 잘 사는 걸 보면 딱히 부러운 건 아니었는데, 가끔 저녁에 혼자 있을 때면 문득 적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예전에 친구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던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 몇 군데 사이트를 둘러봤다. 사실 처음에는 앱이나 돌싱 전용 소개팅 사이트 같은 곳을 먼저 기웃거렸다. 그런데 막상 들어 가보니 무슨 SNS 광고처럼 화려한 프로필 사진들만 가득하고, 도대체 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안 가더라. 몇 번 대화 좀 나눠보려다가 결국 차단당하거나 엉뚱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만 꼬이는 것 같아서 금방 질려버렸다. 그냥 차라리 조금 비용을 내더라도 검증된 곳에서 사람을 만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까 싶어서 상담 신청을 했다.
상담 전화를 받자마자 느낀 거리감
상담 예약 버튼을 누르기가 무섭게 다음 날 아침부터 연락이 왔다. 매니저라는 분이 목소리는 엄청 친절한데, 질문하는 내용이 꼭 채용 면접 같았다. 직업이 뭔지, 연봉은 대략 어느 정도인지, 자녀 유무는 어떻게 되는지 꼬치꼬치 묻는데 숨이 턱 막혔다. 사실 나는 그냥 적당히 대화가 잘 통하고 주말에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갈 수 있는 사람 정도를 생각했는데, 그분들은 내 조건에 맞는 ‘스펙’을 분류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30분 정도 통화했는데, 마지막에 툭 던지는 가입비가 500만 원부터 시작한다는 말에 그냥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 삶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상품처럼 올려놓는다는 게 이렇게 씁쓸할 줄은 몰랐다.
맹진사댁 잔치처럼 요란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예전에 어디선가 전통 희곡을 현대적으로 푼 연극을 본 적이 있다. 거기서도 돌싱이 등장하는데, 세상 사람들은 참 요란하게도 타인의 이혼이나 재혼을 구경거리로 삼는다. 나는 그냥 조용히 다시 일상을 살고 싶은 건데, 결혼정보회사 시스템 안에서는 나를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으려는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 혹은 ‘경제적 조건이 맞는 매칭 대상’으로만 정의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마치 주변에서 쑥덕거리는 시선을 억지로 견뎌야 하는 기분이랄까. 어차피 남들 시선이 중요한 건 아닌데, 왜 굳이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서 평가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주변의 말들과 현실적인 고민들
주변 친구들은 한그루처럼 이혼 후에 오히려 대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말도 하던데, 나는 도무지 그런 기회도 안 보인다. 아니면 내 눈이 너무 높아진 건지, 아니면 아예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건지 모르겠다. 가끔 이상민이나 탁재훈이 나오는 예능을 보면서 웃긴 하지만, 저렇게 화면 밖에서 낄낄거리는 거랑 내가 직접 다시 누군가를 만나서 신뢰를 쌓고 함께 생활을 공유한다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6년을 만난 여자친구와도 결국은 끝이 안 좋았던 기억 때문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것 자체가 이제는 큰 숙제처럼 느껴진다. 예전에 주점 다니던 지인하고의 이상한 사건들도 뉴스에서나 볼 법한 일인 줄 알았는데, 막상 겪어보면 그게 다 내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무섭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모르겠다
결국 결혼정보회사 결제는 안 했다. 500만 원이면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거 사 먹고 여행이나 다니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소개팅 앱을 다시 깔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자연스럽게, 아주 우연히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싶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런 우연은 더 찾아오기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당분간은 그냥 이렇게 혼자 지내는 게 속 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저녁도 퇴근길에 적적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고민을 도대체 누구랑 나누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혼자 밥을 챙겨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일은 좀 다를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별로 기대는 안 된다.

SNS 광고처럼 화려한 프로필 사진들 보면서, 저도 혹시 그런 식의 과장된 모습에 현혹될까 걱정했어요.
데이터베이스화해서 올려놓는다는 표현이 정말 와닿네요. 마치 제품 광고처럼 느껴져서 오히려 불편했어요.
돌싱이 등장하는 연극처럼, 사람들의 시선이 마치 데이터베이스처럼 느껴지네요.
SNS 광고처럼 화려한 프로필 사진들 보니까, 제 마음이 더 복잡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