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대여가 너무 비싸서 그냥 사버렸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 제일 먼저 당황했던 게 드레스였다. 뻔히 알던 사실인데 막상 가서 가격표를 보니까 입이 안 다물어졌다. 본식 드레스 대여 비용이 한 번 입는 건데 웬만한 중고차 가격 수준이라니. 이게 맞나 싶어서 며칠을 고민했다. 강남 쪽 샵을 몇 군데 둘러봤는데, 피팅비만 5만 원에서 10만 원씩 받는 걸 보고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사버리면 안 되나?

샵 투어의 피로와 예상치 못한 지출

사실 샵을 직접 돌아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주말마다 시간을 내서 드레스를 입어보고, 사진 찍고, 상담받고 나오는 과정이 서너 시간은 기본이었다. 그러다 보면 지쳐서 결정도 제대로 안 서고, 오히려 판단력이 흐려진다. 게다가 내가 정말 입고 싶은 스타일은 늘 추가금이 붙어 있었다. 흔히 말하는 ‘비즈 추가금’이나 ‘베일 업그레이드’ 같은 것들. 처음 상담할 때 들었던 견적은 그냥 미끼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서울 지역 예식장 대관료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드레스까지 예산을 초과하니까 진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해외 직구로 눈을 돌려본 이유

결국 인스타그램이랑 중고 플랫폼을 뒤지다가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드레스 몇 개를 찾았다. 화이트 드레스뿐만 아니라 하늘색 드레스나 빈티지한 느낌의 드레스도 많았다. 가격은 대략 20만 원에서 40만 원 사이. 대여비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불안했다. 택배로 받은 드레스가 사진이랑 다르면 어쩌지, 사이즈가 안 맞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도 ‘망하면 중고 장터에 팔지 뭐’라는 생각으로 하나를 결제했다. 배송은 2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집에서 혼자 입어본 드레스의 묘한 현실감

박스가 집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드레스가 작아서 당황했다. 박스를 뜯어서 입어보는데 지퍼 올리는 게 진짜 고역이었다. 뒤에 끈 조절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결국 엄마를 불렀다. 집 거실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낑낑거리는 내 모습이 좀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샵에서 헬퍼 이모님이 도와주시는 게 왜 그렇게 비싼지 이해가 갔다. 핏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샵 드레스처럼 묵직한 맛은 덜했다. 그냥 가벼운 원피스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셀프 스냅 사진 찍을 때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식 드레스에 대한 여전한 고민

문제는 본식이다. 사진 촬영용으로는 직구한 드레스가 괜찮은데, 하객들 앞에서 입을 본식 드레스까지 이걸로 해결할 수 있을까? 주변 친구들은 다들 말렸다. 본식 날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드레스 무게감부터 다르다고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결혼박람회에서 계약했던 샵의 환불 규정을 보면서 분쟁 조정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더 겁이 났다. 대여 계약했다가 캔슬하고 위약금 물고 실랑이할 바에는 그냥 내가 관리 가능한 물건을 가지는 게 마음 편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지금 이 상태로 계속 진행해야 할지

사실 지금도 이게 잘한 짓인지 모르겠다. 합창단 드레스나 파티용 드레스처럼 너무 가벼워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웨딩 구두나 액세서리는 또 어디서 구해야 할지, 베일은 긴 게 나을지 짧은 게 나을지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하나가 튀어나오는 게 결혼 준비라더니 딱 그 꼴이다. 드레스를 산 건 그냥 작은 도피였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얼마나 더 고민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샵을 다시 예약해야 할지 매일매일 마음이 바뀐다. 아마 결혼식 당일 아침까지도 계속 신경 쓰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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