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구 단지를 돌다가 결국 흙침대 앞에서 멈췄다
처음엔 브랜드 가구면 다 될 줄 알았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막막했던 게 사실 가구였다. 남들처럼 예산 딱딱 정해두고 백화점 브랜드로 채우고 싶었는데, 막상 견적을 뽑아보니 이게 장난이 아니더라. 한샘이나 이케아 동부산점 같은 곳을 먼저 갔었다. 이케아는 확실히 구경하기엔 좋은데, 막상 우리 집 사이즈에 맞추려니 합판 가구의 한계가 좀 느껴졌다. 특히 신혼이라고 너무 저렴한 것만 찾다 보면 나중에 삐걱거릴 것 같고, 그렇다고 수백만 원짜리 원목 세트를 사자니 예산이 벌써 바닥을 보이고. 참, 이케아 동부산점은 주말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구 하나 고르는데 진이 다 빠진다. 주차장 들어가는데만 30분을 넘게 썼으니까. 그때 느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가구 전쟁이구나 싶었다.
리퍼브 매장이 정답일까 싶어 기웃거려 본 날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부산에 있는 리퍼브 아울렛들을 꽤 다녔다. 이름은 기억 안 나는데, 천안 반품 매장 같은 곳들처럼 부산에도 반품 가구들이 꽤 들어온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근데 이게 직접 가보면 상태가 복불복이다. 어떤 건 진짜 새것 같은데, 어떤 건 어디 하나 긁혀 있거나 다리가 살짝 휘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리 집에 배치했을 때 그 특유의 ‘조화’가 안 살 것 같은 느낌? 부산 모두팡 아울렛 같은 곳도 가보고 대구 엔틱 가구 거리까지 넘어가 봤지만, 눈만 높아지고 결정은 못 하겠더라. 대구 앵글이나 튼튼한 철제 선반 위주로 파는 곳도 가봤는데, 이건 뭐 신혼집이 아니라 창고가 될 것 같아서 바로 접었다.
왜 다들 흙침대를 고민하게 되는지 알겠더라
그러다가 우연히 부산의 한 가구 단지를 지나가는데 흙침대 전문점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웬 흙침대인가 싶었다. 우리 나이대에 흙침대는 좀 이른 것 아닌가? 근데 사장님이 들어와서 구경이나 해보라고 해서 들어갔다가 한참을 누워 있었다. 가격대가 대략 100만 원 중반에서 200만 원대 초반이었는데, 이게 의외로 매트리스 세트 맞추는 것보다 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침대 프레임 따로, 매트리스 따로 고민할 필요 없이 하나로 끝나니까. 사장님이 요즘은 젊은 부부들도 허리 건강 때문에 많이들 찾는다고 하시는데, 그 말이 왜 이렇게 설득력 있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사실 디자인은 좀 투박한데, 그 투박함이 오히려 질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배송이랑 설치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였다
가구를 결정하는 것보다 더 골치 아픈 건 배송이었다. 요즘 신축 아파트들은 무인 택배함은 잘 되어 있는데, 정작 큰 가구는 엘리베이터 사이즈를 엄청 따진다. 부산 라온웨딩홀 근처에서 가구를 계약할까 싶어 견적을 봤을 때도 배송비랑 사다리차 비용이 예산 밖으로 튀어나와서 당황했다. K웨딩홀 쪽 지인들 결혼 준비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부대비용에서 돈이 많이 샌다더라. 가구값은 싼데 배송비로 20만 원씩 받아가면, 사실상 그게 그 가격이 되는 거다. 그래서 내가 리퍼브 매장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다. 직접 실어 나를 수 있는 가벼운 것들이면 좋겠는데, 또 튼튼한 건 죄다 무겁고 크니까.
결국 끝내지 못한 고민의 흔적들
아직 우리 집 안방은 텅 비어 있다. 흙침대를 할지, 아니면 그냥 일반 매트리스를 사고 프레임을 저렴하게 맞출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사실 답은 정해진 게 없는데, 괜히 내가 뭔가 대단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구는 한 번 사면 10년은 쓴다는데, 그 10년을 내가 지금 이 순간의 짧은 검색과 고민으로 결정한다는 게 영 찝찝하다. 어제는 다시 온라인 몰을 뒤지다가 지쳐서 그냥 덮어버렸다. 남들은 다들 어디서 그렇게 척척 잘 사서 예쁘게 꾸며 사는지, 가끔은 그게 참 신기하다. 당장 내일이라도 그냥 가서 아무거나 사고 싶다가도, 또 막상 매장에 가면 ‘좀 더 둘러보고 올게요’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흙침대 매장 사장님 말씀처럼 젊은 부부들의 허리 건강 때문에 흙침대가 다시 유행하는 거 보니, 예전에 낡은 가구에 대한 생각도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