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맘 먹고 상담 예약까지 잡았는데 퇴근길에 묘하게 망설여지더라
강남 어디쯤 위치한 상담실의 묘한 공기
결국 상담 예약을 잡았다. 퇴근하고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강남역 근처로 향하는데 왜 이렇게 발걸음이 무거운지 모르겠다. 인스타그램 광고에 하도 많이 뜨길래 에라 모르겠다 싶어 클릭했던 게 화근이었다. 내가 찾아간 곳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형 노블레스 결정사였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입구부터 향수 냄새인지 방향제인지 묘하게 섞인 냄새가 났는데, 그게 왠지 모르게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더라. 로비에는 나처럼 주춤거리는 사람들이 몇 명 더 보였는데, 서로 눈도 안 마주치고 각자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모습이 솔직히 좀 씁쓸했다.
상담실에서 들은 숫자들은 현실과 좀 달랐다
상담사님은 참 친절했다. 웃음기 띤 얼굴로 내 이력서 같은 프로필을 훑어보는데, 마치 내 가치를 숫자로 환산받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묘했다. 소위 말하는 ‘가입비’는 생각보다 훨씬 셌다. 대략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사이를 오가는 금액이었는데, 몇 회의 매칭을 보장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를 했다. 옆 동네 작은 소개팅 업체는 100만 원대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여긴 ‘노블레스’라는 딱지가 붙어서 그런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했다. 전문직 회원이 많다, 데이터 검증을 거쳤다, 이런 말을 들으니 귀가 솔깃하긴 했는데 정작 ‘그래서 그 돈을 내고 내가 진짜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서류 떼러 다니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상담 끝에 가입을 하게 된다면 졸업증명서, 재직증명서, 심지어 혼인관계증명서까지 다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예전에는 그냥 친구 소개로 만나면 서로 믿고 만났는데, 이제는 이렇게 서류를 다 떼어서 검증받는 게 ‘어른들의 연애’인가 싶어 현타가 왔다. 연애라는 게 원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생기는 감정 아니었나. 물론 이상한 사람 만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왠지 입사 면접 보러 다니는 기분이 들 것 같아 벌써부터 피곤했다. 특히 나처럼 직장 생활에 치여서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한테 이런 서류 준비 과정은 생각만 해도 벅차다.
횟수제 매칭이 가져다주는 이상한 압박감
상담사님이 강조한 건 ‘성혼 중심’이라는 단어였다. 횟수제라서 한 번 한 번 만날 때마다 점수를 매기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친구들은 그냥 가볍게 만나보고 아니다 싶으면 말라는데, 여기서는 매칭 한 번에 비용이 몇십만 원씩 들어가는 꼴이니 무조건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길 것 같았다. 차라리 커피 한 잔 마시고 별로면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마음 편할 텐데, 결정사를 통하면 서로의 조건을 이미 다 알고 만나니 그만큼 기대치도 높아질 게 뻔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그 실망을 감당할 자신이 지금 나한테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서도 결정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상담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니 한숨만 나왔다. 상담사님은 ‘지금이 제일 저렴한 때’라고 했지만, 그건 그냥 영업 멘트라는 거 안다. 그냥 다 잊고 다시 동호회라도 기웃거려야 할지, 아니면 돈을 쓰더라도 검증된 길로 가는 게 맞는 건지 결론이 안 난다. 결정사 가입비를 결제하는 게 나를 위한 투자일까, 아니면 단순히 불안함을 돈으로 덮으려는 짓일까. 밤이 깊었는데도 선뜻 결제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그냥 멍하니 핸드폰만 껐다 켰다 반복 중이다. 당장 다음 주부터 바빠질 텐데, 연애는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기만 하다.

500만 원부터 1000만 원까지 가격 변동 때문에 진짜 혼란스러웠어요. 특히 ‘노블레스’ 딱지가 붙어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500만 원에 매칭을 보장하는 게 정말 부담스럽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비용을 생각하면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번호제 매칭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특히 데이터 검증 같은 부분에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딱지가 붙은 곳은 그런 설명이 부족하더라고요.
서류 제출 요구에 생각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 같아요. 비슷한 경험 있어서 그런 불안함 충분히 이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