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앱에서 사람을 찾는 게 왜 이렇게 지치는 건지

앱을 켜는 손가락의 무게

며칠 전 밤에 침대에 누워 있다가 갑자기 답답한 마음에 핸드폰을 뒤적거렸다. 원래 이런 거 잘 안 하는데, 주변 친구들도 다들 하나둘씩 짝을 찾아서 떠나고 나만 혼자 남았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대전으로 이사 오고 나서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퇴근하면 그냥 멍하니 유튜브나 보는 게 일상이다. 결국 호기심 반, 체념 반으로 예전에 삭제했던 소개팅 앱을 다시 깔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막상 사진을 고르고 자기소개란을 채우려니 한숨부터 나온다. ‘어떤 말을 써야 적당히 괜찮아 보일까’ 고민하다가 결국 적당히 무난한 문장들로 채워 넣었다. 앱을 켜서 화면을 넘기는 그 5분, 사실 그 5분이 요즘 내 하루에서 가장 피로한 시간이 된 것 같다.

대화의 시작이 늘 똑같아서

매칭이 되면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대화는 거의 정해진 수순을 밟는다. 사는 곳이 어디냐, 주말에는 뭐 하냐,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을 며칠 반복하다 보면 내가 사람을 알아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력서에 들어갈 정보들을 주고받는 건지 헷갈린다. 한 번은 대화가 꽤 잘 통한다고 생각해서 만날 약속을 잡으려 했는데, 대전 시내의 어느 카페를 가야 할지 결정하는 것부터 진이 빠졌다. 서로 눈치 보면서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 나오는 식사 비용을 누가 낼지, 아니면 그냥 커피만 마실지 정하는 것도 사실 꽤 번거롭다. 만나기 전까지의 그 수많은 ‘무의미한 대화’들을 견디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신뢰라는 단어의 불확실성

뉴스에서 ‘넷카마’ 사건이나 이상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앱에서 만나는 상대가 정말 사진 속 인물일지, 아니면 나처럼 그저 적적해서 들어온 사람일지 알 방법이 없다는 게 불안하다. 예전에 어떤 분은 대화 도중에 갑자기 자기 힘들다는 이야기만 늘어놓더니 며칠 뒤에 계정을 삭제하고 사라졌다. 뭐 사기나 그런 건 아니었겠지만, 그냥 뭔가 허탈했다. 앱은 분명 편리하라고 만든 건데, 왜 나는 이걸 쓰면서 더 외로워지는 건지 모르겠다. 30대 중반쯤 되니 이제는 이런 방식 자체가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때가 잦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누구를 어디서 만나야 할지 대안도 딱히 없다.

차라리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요즘은 생리주기 추적 어플처럼 앱이 일상의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관리해 주는 시대라고들 한다. 그런데 정작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은 앱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것 같다. 결제하고 나면 상대방 프로필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식의 광고를 볼 때마다 씁쓸하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무슨 아이템 구매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대전역 근처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주변을 둘러봐도 다들 핸드폰만 보고 있다. 나도 그중 한 명이고. 저녁 9시가 넘으면 앱을 삭제했다가, 또 일주일 뒤 외로움이 도지면 다시 까는 이 무한 반복을 몇 번째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결론이 나지 않는 이런 마음이 사실 더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또 비슷한 기분이 들면, 그때는 그냥 앱을 켜는 대신 밖에 나가서 무작정 걷기라도 해볼까 싶다. 물론, 막상 그 상황이 오면 또 핸드폰을 켜고 있겠지만.

Similar Posts

3 Commen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