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한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네요

나이가 들어서 하는 고민들

요즘 들어 부쩍 드는 생각이, 인생이라는 게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거다. 예전에는 뭐든 단계를 밟아 올라가면 그게 정답인 줄 알았다. 대학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근데 그게 다 깨지고 나니까, 이제 와서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는 게 참 낯설고 어렵다. 최근에 주변에서 재가나 돌싱 결혼 관련해서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들이 꽤 늘었다. 예전엔 결혼정보 업체니 뭐니 하면 엄청나게 거창하고 딱딱한 곳인 줄 알았는데, 막상 상담이라도 받아볼까 싶어 가격을 알아보고 나니 한숨부터 나오더라. 가입비가 적게는 몇백에서 많게는 천만 원 가까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이게 현실인가 싶기도 하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을 만나야 하나 싶은 회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엉뚱한 곳에서 맴도는 시간들

사실 주말마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다. 그냥 멍하니 TV를 켜놓고 야구 중계나 보고 있는 게 다다. 어제는 삼성과 SSG 경기를 보는데, 0대 6으로 지던 경기가 순식간에 역전되는 걸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야구도 이렇게 흐름이 한 번 바뀌면 끝까지 모르는 건데,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정체된 느낌일까. 득점 하나에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열정이 있었던가 싶다. 최근에는 요양보호사 구인구직 사이트도 괜히 기웃거려 봤다. 치매센터나 간병인 신청 쪽 일자리는 어떤지, 혹시 나중에 나도 이런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될까 싶어서. 그냥 멍하니 인터넷 창을 띄워놓고 검색어만 맴도는 시간이 참 길다.

사람 만나는 일이란 참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볼까 싶어서 언어 교환 앱도 깔아봤는데, 영어가 짧아서 그런지 몇 마디 나누다가 대화가 뚝 끊기기 일쑤다. 사람이 고픈 건지 아니면 그냥 외로움이 익숙하지 않은 건지 모르겠다. 결혼 사주를 보러 가볼까도 고민했다. 예전에는 그런 거 정말 안 믿었는데, 이제는 누가 ‘언제쯤 좋은 인연이 들어오겠다’라고 말이라도 해주면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아서다. 물론 사주라는 게 근거 없는 미신일 수도 있지만, 마음이 기댈 곳이 필요하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주변에서는 다들 바쁘게 사는데 나만 멈춰있는 것 같아서, 이게 재가 준비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도피처를 찾고 있는 건지 나 스스로도 헷갈린다.

현실과 이상 그 어딘가에서

얼마 전에는 군대 간 후배가 진로 상담을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일병이라 공부하기 힘든데 수시를 넣으면 어쩌고저쩌고. 나는 이미 지나온 시간인데, 그 아이의 고민을 듣고 있자니 나도 참 늦은 나이에 다시 길을 찾는구나 싶어 씁쓸했다. 누군가 내 인생의 결재 서류에 ‘재가’를 내려준다면, 그다음엔 수월해질까? 뉴스를 보면 어떤 조직의 수장이 승인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나오던데, 내 삶의 주도권은 온전히 나에게 있는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남의 눈치나 사회적 기준에 묶여있는 것 같다. 결국 내가 내린 결정이 아니면 다 남의 일이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여전하다.

정답 없는 하루를 보내며

결국 오늘 하루도 딱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지나갔다. 결혼정보 업체를 갈지, 그냥 혼자 지낼지, 아니면 새로운 자격증 공부를 시작할지. 선택지는 많은데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건 결과보다 그 과정의 막막함을 견디는 일인 것 같다. 오늘 저녁엔 밥이나 대충 차려 먹고, 내일은 또 오늘과 별다를 것 없는 검색을 하겠지.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움직이고는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이마저도 헛된 에너지 낭비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무겁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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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1. 마침내 저도 비슷한 기분을 느끼네요. 계획했던 대로 되는 것 없이,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다시 관계를 시작하는 게 얼마나 복잡한지 깨닫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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