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만 받으러 갔다가 통장 잔고부터 확인하게 되더라
강남 한복판에서 느낀 묘한 거리감
결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서른 중반을 넘기니 주변에서 하도 성화라 강남에 있는 결혼정보회사 상담을 예약했다. 노블리에였나, 이름은 꽤 들어본 곳이라서 별다른 생각 없이 갔는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분위기가 생각보다 더 사무적이었다. 데스크에 앉아 있는 분들은 다들 너무 말끔하고 정돈되어 있어서, 마치 내 인생의 가치를 평가받으러 온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상담실로 안내받아 앉았는데, 좁은 방 안에 놓인 생화 냄새가 왠지 모르게 더 긴장되게 만들었다. 대기 시간은 예약 시간보다 15분 정도 더 걸렸는데, 그동안 혼자 앉아 있으려니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6천만 원이 적은 돈이 아니라는 생각
상담 실장님은 내 직업이랑 연봉, 그리고 부모님 직업까지 꼼꼼하게 물어보셨다. 무슨 엑셀 시트에 내 정보를 입력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넌지시 요즘 결혼 준비 비용이 평균 6천만 원 정도는 든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집값을 뺀 금액이 그 정도라는 말을 듣는데,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사실 내가 가진 예산은 그보다 한참 낮았는데, 그걸 솔직하게 말하기도 민망해서 적당히 웃어넘겼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가연이나 듀오 같은 곳도 결국 비슷한 수준의 비용을 요구한다던데, 여기나 저기나 결혼 한 번 하려면 대출이라도 받아야 하는 건가 싶었다.
돌싱 카페에서 보던 이야기들이 현실로
상담 과정에서 혼인 경력이나 가족 구성원에 대해 매우 예민한 부분까지 털어놓게 되었다. 듀오에서 예전에 정보 유출 문제가 있었다는 기사를 봤던 게 기억나서 왠지 모르게 더 찝찝했다. 내 민감한 정보들을 이 좁은 사무실 어딘가에 저장해두고 관리한다는 게, 돌싱 카페에서 사람들이 결정사 조심하라고 했던 글들이 왜 그렇게 많았는지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갔다. 상대방 집안이랑 스펙을 맞추는 게 마치 물건 고르는 작업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이게 사람을 만나는 건지, 아니면 서로의 조건을 검증하는 시험을 치르는 건지 분간이 안 갔다.
유튜브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공기
회사 유튜브 채널 보면 16만 명이 구독하고 다들 알콩달콩 연애 잘하는 것 같던데, 막상 실무 상담을 받아보니 화면 속 세상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거기는 예쁜 토론이랑 인터뷰 위주라면, 여기 상담실은 차갑고 건조했다. 상담을 다 마치고 나오니 해는 이미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상담비는 따로 안 받았지만, 가입비는 몇백만 원 단위였다. 돌아오는 길에 대구에 사는 친구한테 전화해서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놓으려다 말았다. 친구가 ‘굳이 그렇게까지?’라고 물어보면 딱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그냥 해볼까 하는 마음과 불안함 사이
집에 와서 가입 계약서를 훑어보는데, 막상 도장을 찍으려니 손이 멈칫거렸다. 이게 정말 내 인연을 찾아줄까, 아니면 그냥 내 조건에 맞는 사람 리스트를 돌려주는 기계적인 과정의 시작일까. 돈을 내면 매칭 횟수가 정해져 있는데, 만약 그 횟수 안에 마음 맞는 사람을 못 만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이 드니까 선뜻 결제를 못 하겠다. 내일 다시 전화가 올 것 같은데, 그때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한 번 해보는 게 나을지, 아니면 좀 더 기다려봐야 할지 지금도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생화 냄새 때문에 더 신경 쓰이셨겠어요. 저도 비슷한 느낌 받았어서, 정보 유출 걱정 때문에 상담을 미루고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유튜브 영상처럼 완벽한 분위기라 오히려 더 당황스러웠어요. 상담받는 동안 좀 불안했던 느낌이 계속 들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