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기다림이 길었던 논현동 결혼정보회사에서의 첫 만남
부모님의 잔소리를 피해 결혼정보회사의 문을 두드린 이유
주말마다 결혼은 언제 하냐는 집안 어른들의 잔소리를 듣는 게 일상이 되면서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서서히 쌓였던 것 같다. 친구들은 이미 대부분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고, 주변에 소개팅을 해달라고 손을 벌리기엔 다들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바빠 보여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흔하디흔한 모바일 소개팅 앱을 깔아서 몇 번 대화를 나눠보기도 했지만, 진지하게 결혼을 전제로 만날 만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고르는 건 애초에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조금 더 확실한 신원 검증을 거치는 곳을 알아보게 되었고, 그렇게 인터넷 검색과 지인들의 풍문을 통해 노블레스 레드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가벼운 연애보다는 조건이나 배경이 어느 정도 조율된 상태에서 안전하게 만나고 싶다는 현실적인 욕심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기업형 대형 결혼정보회사는 너무 기계적인 공장식 매칭으로 돌아간다는 후기를 많이 봐서, 조금 더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봐줄 것 같은 노블레스 계열사를 수소문하게 되었다.
서울 논현동 상담실에서 마주한 묘한 긴장감과 상담 과정
위치를 확인하고 퇴근 후에 서울 논현동에 있는 상담실로 향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골목길을 걷다 보니 한산하면서도 묘하게 권위적인 느낌을 풍기는 빌딩이 나타났다.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는 과정까지 철저히 예약제로만 운영되는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대기실에 앉아 차를 마시는 동안 왠지 모르게 입사 면접을 보러 온 지원자처럼 손끝이 굳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나를 담당하게 된 커플 매니저라는 분이 들어와서 상담을 시작했는데, 내 직업과 연봉, 최종 학력은 물론이고 부모님의 노후 대비 상태나 형제자매의 직업까지 꼼꼼하게 물어보았다. 나라는 한 인간이 문서상의 스펙으로 해체되어 등급이 매겨지는 듯한 묘한 불쾌감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상대방의 프로필도 이렇게 철저하게 걸러진다는 뜻이니 꾹 참고 성실하게 답변했다. 약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상담 끝에 가입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만만치 않은 가입비용과 복잡한 인증 서류 제출의 번거로움
비용 부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등급의 매칭 프로그램도 가입비가 350만 원 선에서 시작했고, 매칭 대상의 직업군이나 집안 배경을 좁혀서 설정할수록 비용은 500만 원을 훌쩍 넘어 60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이 정도의 거금을 투자하고도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본전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평생 제자리걸음일 것 같아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긁었다. 하지만 결제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대학 졸업증명서, 원천징수영수증까지 떼서 제출해야 했다.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근처 주민센터에 방문하고 인터넷 뱅킹으로 소득 증빙 자료를 출력해 팩스로 보내는 과정 자체가 엄청난 피로감을 주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런 개인 증명 서류들을 일일이 챙겨 보내는 게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사무실 복합기 성능이 안 좋아 몇 번이나 전송 오류가 났을 때는 그냥 다 그만두고 싶기도 했다.
첫 매칭 프로필을 받기까지 흘러간 답답했던 대기 시간
가입 절차가 끝나고 나면 바로 며칠 안에 마음에 드는 상대의 프로필이 전달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매니저로부터 연락이 오기까지 거의 3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성격이 급한 나로서는 매칭이 늦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 조건에 맞는 사람이 그렇게 없는 것인지 불안감과 초조함이 섞인 나날을 보내야 했다. 일반적인 만남 주선 앱처럼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지 않다 보니 가입비만 날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거의 3주 만에 이메일로 받아본 첫 프로필 카드는 기쁨보다는 생경함이 앞섰다. 사진과 나이, 거주지, 그리고 간략한 주말 활동 유형 등이 적힌 워드 문서 한 장을 보며 이 사람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상상을 하기가 무척이나 어색했다. 프로필상의 조건들은 무난해 보였지만, 텍스트로 정리된 사람의 정보를 평가하듯이 뜯어보는 과정 자체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주말 카페에서 진행된 어색한 만남과 인터뷰 같던 대화
어렵사리 일정을 조율해 주말 오후 강남의 한 조용한 카페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커피 한 잔에 만 원이 훌쩍 넘는 곳이었는데, 주선자의 소개팅처럼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하기에는 양쪽 다 결혼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나온 터라 공기가 다소 무거웠다. 상대방 역시 매너가 좋고 깔끔한 편이었지만, 나누는 대화의 맥락은 취미나 일상보다는 서로의 라이프스타일과 경제적 관점을 확인하는 쪽에 치우쳐 있었다. 은연중에 직장에서의 향후 전망이나 현재 부모님과 같이 사는지 여부, 그리고 주말에 주로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탐색전이 계속되었다. 상대방이 차를 마실 때 잔을 쥔 손끝이나 대화 중간중간 허공을 보던 눈빛 하나하나까지 온 신경이 곤두섰다. 나는 내 연봉 수준과 은퇴 계획에 대해 너무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했나 싶어 집에 오는 길에 자책하기도 했다. 약 두 시간의 만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연애의 낭만보다는 까다로운 비즈니스 미팅을 끝내고 퇴근하는 듯한 씁쓸한 기분이 몰려왔다.
뚜렷한 소득 없이 반복되는 과정과 마음속에 남은 의문
그 이후로도 추가로 몇 번의 매칭을 진행하며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연애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횟수가 차감될 때마다 가입비에 대한 본전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 상대에게 집중하기가 힘들다. 내가 들인 돈만큼의 가치가 있는 만남인지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게 되는 스스로의 모습이 씁쓸하기도 하다. 매니저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도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매칭된 상대방과의 느낌이 맞지 않아 솔직한 불만을 얘기하면 매니저는 조건이 아주 훌륭한 분인데 한 번 더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며 우회적으로 설득하려 했다. 결정사를 이용하면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쉽게 해결될 줄 알았던 건 내 오산이었다. 결국 이곳도 수많은 만남 중 하나를 인위적으로 연결해 주는 통로일 뿐, 상대방과 마음을 맞추고 관계를 이어 나가는 건 오롯이 내 몫이었다. 가입 기간은 반 이상 지나갔고 남은 횟수도 얼마 없는데,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비싼 경험 비용을 치르고 제자리로 돌아가게 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었어요. 마치 제가 과도하게 분석되는 느낌이 강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