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카페에서 세 명을 연달아 만나고 온 날
결정사 상담 예약하고 갔던 날의 기록
결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서른 중반이 넘어가니 마음이 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이름만 대면 아는 결혼정보회사에 다녀왔다. 상담 실장님이 보여준 프로필들은 다들 직업도 좋고 사진도 훈남 스타일이라 솔직히 처음엔 좀 설레기도 했다. 가입비가 수백만 원 단위라는 말을 듣고 나니 현실적인 무게감이 확 느껴졌는데, 성혼비까지 생각하면 이게 정말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어플이나 소개팅으로 어떻게든 버텨봐야 하는 건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상담 내내 실장님은 내 조건이 나쁘지 않으니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다며 계속 용기를 주셨지만, 사실 그 말이 그렇게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그냥 비싼 비용을 내고 사람을 고르는 과정이 기계적으로 느껴져서 조금 씁쓸했을 뿐이다.
주말 오후 강남역 카페의 풍경
상담을 마치고 나서 우연히 예전에 가입해뒀던 소개팅 어플로 연락이 닿은 사람들을 연속으로 세 명이나 만났다. 왜 하필 하루에 몰렸는지 모르겠지만, 다들 주말 오후에 강남역 근처에서 보자고 하니 동선은 편했다. 첫 번째 사람은 사진이랑 너무 다르게 나와서 커피 마시는 내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싶었다. 대화가 정말 안 통했다. 두 번째는 대화는 잘 통했는데 결정적으로 말이 너무 많아서 나중에는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세 번째 사람은 무난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문제였다. 별다른 감흥이 없으니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싶더라.
200만 원과 50만 원 사이의 고민
결정사 가입비가 대략 300~500만 원 정도인데, 어플은 멤버십 결제 몇만 원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들인 돈이 다르니 기대치도 달라지는 걸까. 어플로 만나는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이 사람이 나랑 맞는 배필일까’ 하는 확신이 안 서는데, 비싼 돈을 내고 만나는 사람은 조건이라는 필터를 거쳤으니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기대를 하게 된다. 근데 막상 그 비싼 비용을 지불하려고 카드를 꺼내려니 손이 멈칫했다. 이거 낸다고 해서 내 인생의 배우자가 바로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장거리 연애의 현실적인 피로감
그 와중에 연락하던 사람 중 한 명은 부산에 살고 있다고 해서 처음부터 지쳐버렸다. 예전에 장거리 연애를 해봤는데, 주말마다 왕복하는 시간이랑 비용이 진짜 만만치 않았다. 왕복 KTX 비용만 해도 한 달에 20만 원은 우습게 깨졌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만난 사람도 ‘주말에 시간 되면 놀러 오라’고 하는데, 이제는 그런 노력을 할 에너지가 나한테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20대 때처럼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뛰어들기에는 이미 몸과 마음이 너무 굳어버린 것 같다.
그냥 집에 돌아와서 쓴 일기
결국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결정사에 등록할지, 아니면 그냥 다시 어플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팅을 부탁해볼지. 사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6월의 날씨는 습하고 덥고, 집에 돌아오니 강아지가 반겨주는 것 말고는 딱히 위로가 될 만한 게 없다. 오늘의 운세 같은 데서 ‘천생배필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봐도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싶다. 사람 만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숙제처럼 변해버렸는지, 가끔은 그냥 혼자 있는 게 제일 편한 것 같으면서도 또 외로움을 타는 내 모습이 참 모순적이다. 내일 출근하면 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회사 일을 하겠지. 특별한 결론은 없다. 그냥 오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갔다는 것뿐이다.

강남역 근처 결혼정보회사 방문 후, 상담 내용이 얼마나 씁쓸하게 느껴졌는지 공감되네요. 지금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워서 오히려 더 답답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