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근처에서 상담만 두 시간 넘게 받다 보니 지치더라

강남역 사무실에서 마주한 낯선 풍경

지난달쯤이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 소식을 알리고, 명절마다 친척들에게 받는 질문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다는 느낌. 그냥 한번 가보자 싶어 강남역 인근에 있는 결혼정보회사를 예약했다. 홈페이지에서는 화려한 프로필의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고 있었지만, 막상 찾아간 사무실 분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사무적이었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실장이라는 분이 나를 훑어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져서 괜히 등받이에 몸을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상담 비용은 따로 없었지만, 내 학력과 연봉, 집안 사정까지 꼬치꼬치 묻는 과정이 마치 입사 면접을 보는 기분이 들어서 시작부터 피로감이 몰려왔다.

가입비와 서비스 범위 사이의 묘한 간극

상담 끝에 안내받은 가입비는 대략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였다. 이게 1년 동안 횟수 제한이 있는 상품도 있고, 소위 말하는 ‘성혼 중심제’라고 해서 결혼할 때까지 무제한으로 만날 수 있는 상품도 있다고 했다. 횟수 제한 없는 상품은 가격이 훌쩍 뛰어서 800만 원을 넘어갔는데, 덜컥 겁이 났다. 삼성전자나 전문직군만 골라서 만날 수 있는 옵션도 있다길래 혹했지만, 막상 내 통장 잔고를 생각하니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계약서에는 ‘3회 이상 만남 시 환불 불가’라는 조항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다른 블로그 후기에서 본 환불 분쟁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결제했는데, 상담 실장은 나를 배웅하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웃어 보였지만 그 미소가 영 영업용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실제로 나가본 첫 만남과 그 이후의 피로감

첫 만남 장소는 청담동의 한 조용한 카페였다. 결정사를 통해 만난 상대방은 내 프로필을 보고 나왔고, 나 또한 상대방의 학력과 직업이 적힌 서류를 미리 확인한 상태였다. 보통의 소개팅이 ‘상대방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할까?’라는 설렘이 있다면, 이곳은 ‘이 사람의 조건이 나랑 맞나?’를 먼저 계산하게 되는 분위기였다. 대화는 매끄러웠지만 어딘가 긴장감이 돌았다. 한 시간 반 정도 대화를 나누고 나왔는데, 커피값은 왜 이렇게 비싼지. 주차비도 따로 내야 해서 푼돈이지만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었다. 상대방과 애프터 약속을 잡기는 했지만, 소개팅 앱이나 지인 소개와는 확실히 다른 종류의 피로감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을 보는데, 담당 매니저에게서 ‘첫 만남 후기 어떠셨나요?’라는 카톡이 와 있었다. 솔직하게 별로였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좋았다고 거짓말하기도 묘해서 한참을 고민하다 대충 답장을 보냈다.

결정사를 이용하며 든 근본적인 고민

이게 맞나 싶을 때가 많다. 기독교 집안이라 교회 사람들과의 만남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조건들을 맞추다 보니 결국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것 같다. 뉴스를 보면 재벌 2세나 자산가와의 만남 같은 자극적인 이야기도 많지만, 사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인생 역전을 꿈꾸기도 한다지만, 나는 그저 내 가치를 숫자로 환산해서 비교당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다는 걸 깨닫고 있다. 만남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내 모습도 낯설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또 어떤 조건표를 들고 나올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애초에 내가 기대했던 결혼의 모습이 이런 거였나 싶기도 하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다리는 게 나았을지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했다. 아마 계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계속 나가보겠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텅 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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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1. 결혼정보회사 분위기가 사무적으로 느껴지신다는 점이 공감돼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좀 더 편안한 분위기의 곳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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