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카페에서 상담받고 왠지 모르게 허탈했던 날
지난달에 강남역 근처에 있는 결혼정보회사에 다녀왔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 소식을 알리고, 부모님도 은근슬쩍 지나가는 말로 누구는 벌써 애가 둘이라더라 하는 소리를 하실 때마다 솔직히 귀를 닫고 싶었다. 딱히 결혼에 목을 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혼자 있는 게 마냥 편한 건 또 아니어서. 그냥 ‘사람이나 한번 만나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상담실의 분위기와 첫인상
상담 예약은 미리 홈페이지에서 했다. 사무실은 꽤 고층에 있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차분한 클래식 음악이 들렸다. 매니저님은 아주 친절했다. 웃는 얼굴로 따뜻한 차를 내주면서 내 프로필을 훑어보는데, 왠지 모르게 내 삶이 수치로 환산되어 평가받는 기분이 들었다. 학교는 어디 나왔는지, 직장 연봉은 어느 정도인지, 부모님은 뭘 하시는지. 질문은 사적인 영역인데 대답은 철저히 공적인 데이터 같았다. 30분 정도 상담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기보다 내 조건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가치인지 확인하는 과정 같았다는 게 솔직한 감상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취업 시장의 이력서 심사랄까.
비용에 대한 현실적인 체감
상담 끝무렵에 가입 비용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꽤 컸다. 몇 번의 만남을 보장해 주는 프로그램인데 대략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사이를 오가더라. 사실 지금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전세금 대출 이자 갚고, 생활비 쓰고 나면 여유 자금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결정사 비용을 지불하고 만나는 사람이 반드시 내 인연이라는 보장도 없는데, 이게 과연 ‘위험한 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매니저님은 요즘 트렌드가 그렇다며 차분하게 설명했지만, 내 통장 잔고를 생각하면 선뜻 결제하기가 망설여졌다. 예전에는 연애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면, 지금은 돈을 주고 만남의 기회를 사는 게 참 씁쓸하다.
결정사를 고민하며 든 생각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실었는데, 문득 주변 사람들을 보니 다들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사는 것 같았다. 뉴스를 보면 서울 전셋값이 폭등해서 결혼은커녕 당장 살 집 구하기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넘쳐나지 않나. 나 하나 먹고살기도 벅찬데, 누군가를 만나서 가정을 꾸린다는 게 나에게는 아직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다. 결정사에 가입해서 만나는 사람들도 결국 이런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배우자를 찾으려는 거겠지.
막막함이 가시지 않는 이유
상담받고 온 날 밤에 침대에 누워 한참 동안 천장을 바라봤다. 나라는 사람이 시장의 평가대로 정말 그 정도 가치인가 싶기도 하고, 만약 가입한다면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사실은 그냥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은 외로움이 컸던 건지도 모르겠다. 매니저님은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강조했지만,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가입비 수백만 원을 들이는 것보다 그냥 좀 더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 필요한 걸까. 아니면 이렇게 재는 것 자체가 문제일까. 확실한 건, 상담을 받고 나왔는데도 답답함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고민이 해결되기는커녕 현실의 벽만 더 실감하고 온 것 같아 괜히 더 피곤해진 하루였다.

강남역 결혼정보회사 방문 후 느낌이 묘하게 불편하셨군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감정 충분히 이해가 돼요.
저도 비슷한 느낌 받았어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보니, 제 상황이 좀 더 혼란스러워진 것 같아요.
학교나 직장 연봉까지 질문받는 게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어요. 시장 가격으로 평가받는 느낌이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