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부산 진시장을 돌다가 지쳐서 카페에 앉았다

범일동 진시장에 다녀온 날

지난 주말에는 엄마랑 손을 잡고 범일동 진시장엘 다녀왔다. 부산에서 혼주 한복을 알아본다고 하면 다들 한 번씩은 거쳐 가는 코스라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규모가 너무 커서 입구에서부터 기가 조금 빨렸다. 사실 인터넷으로 미리 서칭을 할 때는 ‘신씨비단’이나 다른 이름난 대여점 몇 곳을 봐두긴 했었다. 그런데 엄마는 화면으로 보는 거랑 직접 만져보고 몸에 대보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며 굳이 시장통을 직접 발로 뛰어야겠다고 하셨다. 한복 대여료가 평균적으로 29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 한다는 기사들을 보고 갔는데, 현장에 직접 가보니 소재나 퀄리티에 따라 그 가격대가 위아래로 꽤 출렁였다.

좁은 통로 사이로 넘쳐나는 색감들

시장에 들어서니 형형색색의 비단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처음에는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가게마다 권하는 스타일이 제각각이라 점점 머리가 아파왔다. 어떤 곳은 요즘 유행하는 파스텔톤을 강조하고, 또 어떤 곳은 전통적인 짙은 색감을 추천했다. 엄마는 계속해서 거울 앞에 서서 얼굴빛이 사는지 안 사는지 확인하셨는데, 이게 한두 번이지 열 군데 가까이 돌다 보니 나중에는 나도 뭐가 뭔지 구분하기가 힘들어졌다. 옆 가게에서 들리는 호객 소리와 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 안에 결정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슬금슬금 올라왔다.

소품까지 챙기려니 머리가 복잡하다

한복 대여가 단순히 옷만 빌리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어떤 곳은 가방, 신발, 뒤꽂이 같은 소품을 패키지로 묶어서 대여해주는데, 이게 나중에 따로 구하려고 하면 그게 더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크하얏트 부산 같은 곳에서 스타일링 쇼를 열기도 한다는데, 우리는 그런 고급스러운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투박한 시장에서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고 있었다. 중간에 엄마가 마음에 들어 하는 디자인이 있었는데, 사이즈 수선이 조금 애매해서 고민하다가 결국 그 집을 그냥 나왔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정도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왜 그때는 그렇게 까다롭게 굴었는지 모르겠다.

다이아몬드보다 어려운 한복 선택

예물 박람회나 커플링 상담을 갈 때는 그래도 정해진 디자인 안에서 고르는 느낌이라 수월했는데, 한복은 고를수록 기준이 모호해진다. 18K 가드링을 증정한다거나 하는 예물 업체의 이벤트 같은 것들이 여기엔 없어서 그런가, 괜히 더 깐깐하게 보게 되는 것 같다. 가격대를 30만 원 언저리로 맞추려니 생각보다 마음에 쏙 드는 소재를 찾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예산을 확 올리자니 한두 번 입을 옷에 너무 큰 돈을 쓰는 건 아닌가 싶고.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로 진시장을 빠져나와 근처 카페에 앉았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부산의 거리 풍경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엄마랑 말없이 커피를 마시면서 ‘다음 주에 양산 쪽 한복집을 한 번 더 가볼까’ 하는 대화를 나눴다. 확실한 결론 없이 투어만 길어지고 있다. 무엇이 정답인지 아직은 모르겠다.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