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 근처 웨딩홀 몇 군데 둘러보고 온 솔직한 기분
상담 예약부터 생각보다 번거로웠던 과정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한 게 웨딩홀 투어였다. 다들 어디가 좋다더라, 여기가 식사가 괜찮다더라 하는 말들만 듣다가 막상 내가 발품을 팔려니 시작부터 막막했다. 인터넷으로 몇 군데 찾아보고 양재웨딩홀 위주로 상담 예약을 넣었는데, 생각보다 예약 잡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전화해서 원하는 날짜와 대략적인 하객 수를 말하면 담당자가 조회를 해보겠다고 하는데, 이게 묘하게 피 말리는 기분이 든다. 특히 인기가 많은 시간대는 이미 1년 전부터 다 차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결혼 준비가 아니라 무슨 수강신청 하는 느낌도 든다. 상담 받으러 가서도 괜히 기가 죽고, 뭔가 쫓기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엘타워와 주변 분위기의 온도 차이
양재 쪽을 생각하면서 엘타워는 빼놓을 수 없는 선택지였다. 실제로 가서 보니 확실히 규모가 크고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호텔 웨딩 느낌이 나면서도 동선이 깔끔한데,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정신이 없는 건 사실이다. 상담실에 앉아 대략적인 견적을 들을 때는 ‘그래, 이 정도면 하겠지’ 싶다가도, 막상 세부 옵션들을 붙이다 보면 예산이 자꾸 올라간다. 대관료에 식대, 꽃 장식 비용까지 합치면 사실상 5성급 호텔 결혼식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고 나와서 양재 시민의 숲이나 근처 근린공원을 걷다 보면, ‘내가 지금 뭘 위해 이렇게까지 서두르나’ 싶기도 했다. 주변은 평화로운데 나만 결혼식 예산 표를 보며 머리를 싸매는 상황이 묘하게 이질적이었다.
웨딩홀 박람회에서 느낀 기시감
지인이 하도 가보라고 해서 양재 aT센터에서 열리는 웨딩박람회도 한번 다녀왔다. 확실히 웨딩홀들이 직접 나와서 상담을 해주니 정보를 한 번에 모으기에는 편하긴 했다. 예전에는 웨딩홀 투어를 일일이 다녀야 했다면 요즘은 이런 자리에서 잔여 타임 확인도 바로바로 해주는 시스템이라 편리하긴 하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나 현장의 분위기다. 사람들도 너무 많고, 상담을 받다 보면 나도 모르게 ‘오늘 바로 계약해야 혜택이 있다’는 말에 흔들리게 된다. 신도림라마다호텔웨딩 같은 곳도 워낙 인기가 많으니 고민하는 사이에 자리가 나갈 것 같고, 그런 심리적인 압박감이 상담 내내 따라다녔다. 박람회 한 바퀴 돌고 나니 기가 다 빨려서 근처 카페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가성비와 하우스웨딩 사이의 고민
처음에는 좀 특별한 하우스웨딩을 꿈꾸기도 했다. 프라이빗하고 우리만의 색깔이 담긴 예식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적인 벽은 높았다. 강남이나 양재 인근의 하우스웨딩 베뉴들은 생각보다 가격이 낮지 않다. 게다가 날씨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점이 나를 계속 주저하게 만든다. 비라도 오면 어떡하나, 하객들이 오기에 너무 불편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결국 다시 호텔 웨딩이나 대형 웨딩홀로 눈을 돌리게 되는 건, 아마도 그런 리스크를 줄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지. 합리적인 가격을 찾으려다가도 나중에 후회할까 봐 타협점을 찾기가 참 어렵다.
결정을 미루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결국 몇 군데 투어를 하고 견적서를 잔뜩 받아 들고 왔지만, 바로 결정한 곳은 없다. 웨딩홀 투어를 다녀올수록 오히려 결정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기분이다. A는 밥이 맛있지만 교통이 조금 아쉽고, B는 주차는 편하지만 홀 분위기가 생각보다 좁고.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하는 곳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돈 몇천만 원을 쓰는 일이라 그런지 쉽게 ‘여기다’ 하고 도장을 찍기가 힘들다. 당분간은 받은 견적들을 엑셀에 정리하며 고민을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이게 다 경험이라지만, 결혼 준비가 생각보다 훨씬 더 머리 아프고 기운 빠지는 일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또 다른 곳을 가봐야 하는데 벌써부터 조금 피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