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사람 붙잡고 싶어서 상담까지 받아봤는데

밤늦게 충동적으로 누른 상담 전화

그날은 유독 잠이 안 오고 마음이 텅 빈 것 같아서 새벽 2시쯤이었나, 폰을 뒤적거리다가 무심코 재회 컨설팅이라는 걸 눌러봤다. 이별하고 두 달쯤 지났을 때였는데, 일상생활은 돌아가지만 이상하게 퇴근하고 집에만 오면 핸드폰만 쳐다보게 되는 그런 시기였다. 사실 이런 데서 상담을 받는다는 게 좀 부끄럽기도 하고,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했는데 막상 검색창에 ‘이별 후 재회’를 치고 나니 이런 광고들이 줄줄이 뜨더라. 1차는 무료라길래 큰 고민 없이 연결 버튼을 눌렀다. 어차피 얼굴 볼 일 없는 사람이니까 속 시원하게 다 털어놓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상담사가 뱉은 예상 밖의 말들

전화를 받으신 분은 생각보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내가 왜 헤어졌는지, 상대방의 성격은 어떤지 구구절절 설명하는데 중간중간 묘하게 내 상황을 일반화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보통 이런 유형은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라거나 “먼저 연락하지 말고 2주만 참아보세요” 같은 말들. 듣고 있으면 그럴듯하지만, 막상 전화를 끊고 나면 ‘이 사람이 우리 둘 사이를 얼마나 안다고 이렇게 단정 짓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비용을 물어보니 몇십만 원 단위에서 시작하는데, 이게 성공 확률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상담만 받는 비용이라니 선뜻 결제하기가 망설여졌다. 예전에 동네에서 친구랑 연애 이야기할 때랑은 전혀 다른 분위기여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마음

상담사분은 내가 말하는 내내 재회 부적이라거나 좀 더 깊은 단계의 컨설팅을 은근히 권했다. 사실 마음 한구석에는 정말로 붙잡을 수 있다면 돈이 문제겠냐 싶었지만, 상담 과정에서 드는 묘한 거부감이 더 컸다. 사람 마음이 수학 공식처럼 A 상황엔 B가 답이다,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데 말이다. 상담을 받고 나니 오히려 내가 왜 이렇게까지 매달리고 싶어 하는지, 그 끝에 정말 다시 만나면 예전처럼 행복할지 확신이 안 서기 시작했다. 1차 상담이 무료라는 점은 확실히 진입장벽을 낮춰주긴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이후에 내 마음을 내가 어떻게 추스르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예식장 대관료보다 비싼 고민의 시간

요즘은 시청이나 구청에서 MZ세대 취향에 맞춰 결혼식 장소를 아주 저렴하게, 심지어 무료로도 빌려주는 사업을 한다는데, 정작 나는 결혼은커녕 연애 자체를 고민하고 있는 게 웃기기도 했다. 친구들은 다들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사는데 나만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 고명환이 말하는 부의 공식 같은 재테크 기사나 보면서 현실 감각을 찾으려 애쓰지만, 사실은 그냥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게 더 큰 것 같다. 재회 컨설팅을 결제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일까, 아니면 그냥 내 자존심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친 걸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이별의 뒤끝

지금도 가끔 밤에 잠이 안 오면 그때 상담받았던 번호가 남아있는 통화 기록을 본다. 그날 밤의 내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그리고 그 간절함이 얼마나 허무하게 식어버렸는지 새삼 느껴진다. 로맨스 스캠이니 뭐니 해서 온라인 연애가 위험하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사람을 믿고 마음을 주는 게 참 쉽지 않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담사가 나에게 해주었던 그 많은 말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결국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가’ 하나뿐이었다. 근데 나는 여전히 그걸 모르겠다. 그냥 오늘도 폰을 뒤집어 놓고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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