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 찾기 테스트를 해보고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았다
심심풀이로 시작한 테스트가 찝찝함으로 끝난 이유
주말 오후에 별생각 없이 핸드폰을 보다가 광고 하나를 눌렀다. ‘나의 이상형 찾기 테스트’라는 거창한 제목이 붙어 있었는데, 요새 결혼정보회사들이 이런 이벤트를 참 많이 하는 것 같다. 노블리였나, 디노블이었나 이름도 가물가물한데 어쨌든 가벼운 마음으로 클릭했다. 질문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학벌, 연봉, 키, 취미 같은 뻔한 항목들을 고르다 보니 이게 사람을 찾는 건지 아니면 쇼핑몰에서 상품 필터를 거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분명 내 이상형을 찾아준다고 했는데, 결과지를 받아보니 그냥 내 조건이 어떤 등급표 안에 들어가는지 확인받는 기분이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테스트를 마치자마자 상담 신청을 하라는 팝업이 뜨는 게 꼭 ‘너 이 정도 스펙이면 우리 회사랑 계약할래?’라고 묻는 것 같아 괜히 핸드폰을 덮어버렸다.
결정사 비용과 등급표의 세계는 생각보다 차갑다
한번 테스트를 하고 나니 알고리즘이 무서운 건지, 자꾸 결혼정보회사 관련 글들이 피드에 뜬다. 사람들은 참 궁금한 게 많은 것 같다. ‘내 등급이 몇 정도 될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게 새삼 놀랍기도 하고.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적게는 몇백만 원, 많게는 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 가입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결혼정보회사가 진짜 절박한 사람들만 가는 곳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그냥 연애 시장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는 내가 생각하던 낭만적인 만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내가 예전에 봤던 어떤 사람은 자기만의 이상형 테스트 기준을 가지고 전국을 돌며 사람들을 만났다고 했는데, 그건 일종의 가스라이팅 도구였던 것 같아 읽으면서도 내내 마음이 안 좋았다. 기준이 너무 높거나, 반대로 상대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고 애쓰다 보면 결국 나라는 사람은 사라지고 조건만 남게 되는 건 아닐까.
1973년생부터 1996년생까지만 받는다는 그들만의 규칙
결혼정보회사 홈페이지를 구경하다가 신청 자격란을 보고 멈칫했다. 1973년생부터 1996년생까지, 그리고 초대졸 이상만 가능하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물론 회사 운영상 효율성을 위해 둔 기준이겠지만, 어쩐지 내가 그 틀 안에 딱 맞춰져서 평가받는 기분이 들어서 불쾌하면서도 한편으론 안도감이 들었다. ‘아, 나도 이 시장에서는 일단 가입은 가능한 조건이구나’라는 안도감이라니, 정말이지 씁쓸한 자기 객관화다. 상담소에 직접 가면 더 자세한 등급표를 보여줄까? 사실 궁금하긴 하다. 남들이 말하는 내 ‘결혼 매력도’가 과연 어느 정도일지, 아니면 돈을 내고라도 확인해보고 싶은 유혹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며칠 뒤면 그런 마음도 다 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겠지.
굳이 이걸 돈을 써가며 확인해야 할까
주변 친구들은 결정사 가입 비용이 부담돼서 고민이라는데, 나는 돈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기계적인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물론 AI가 알아서 매칭해주고, 조건에 딱 맞는 사람을 소개해주면 시간은 절약되겠지만, 그게 과연 ‘연애’일까. 어제 유튜브에서 본 어떤 가전제품 맞춤형 화질 설정 광고도 이상형 월드컵처럼 여섯 개 화면을 고르게 하던데, 사람을 찾는 일도 그만큼 효율적인 과정이 되어버린 것 같아 영 찜찜하다. 예전에는 사람이 좋아서 만났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이렇게 재고 따지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오늘 하루 종일 이 테스트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걸 보면, 나도 은근히 누군가 내 가치를 숫자로 매겨줬으면 하는 심리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막상 결과표를 받아들고 상처받을까 봐 차마 상담 신청 버튼은 누르지 못하고 있다. 다음 주말에는 이런 생각 말고 그냥 바람이나 쐬러 나가야겠다. 사람이 조건으로만 정의되지 않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