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다녀온 사람들의 만남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처음 결정사를 알아볼 때의 막막함
지인들 소개로 만나는 건 이제 한계가 왔다. 40대 중반이 넘어가니 소개팅이라는 게 참 무겁게 다가온다. 주변 친구들은 다들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고, 가끔 연락이 닿아도 내 처지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곤욕일 때가 많았다. 사별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상대방의 눈빛이 변하는 걸 보는 게 싫어서, 그냥 평범하게 혼자 지내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인터넷 광고를 보고 결혼정보회사라는 곳을 기웃거리게 됐다. 솔직히 가격이 그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 가입비만 수백만 원이라니, 정말 놀랐다. 가입 상담을 받으러 강남 쪽 사무실에 갔는데, 상담사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등급을 매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거기서는 내가 사별한 사람이라는 사실보다, 내가 어떤 조건을 갖췄는지가 더 중요했다. 상담 시간은 딱 1시간이었는데, 나오고 나니 괜히 내 인생이 상품화된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사별 후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고민
사실 처음에는 이런 곳 말고 지역에서 하는 자조 모임 같은 걸 찾아볼까 생각도 했다. 인터넷 뉴스에서 본 ‘100세 힐링센터’ 같은 프로그램이나 경기도에서 하는 사별 유족 모임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려니 마음이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정말 ‘그런 모임’에 나가서 내 슬픔을 공유하고 위로를 받아야 할 만큼 힘든 건지, 아니면 그냥 외로움을 채우고 싶은 건지 헷갈렸다. 청주나 부산 같은 곳에서 열리는 솔로 모임도 눈팅만 했다. 40대 소개팅 어플을 깔았다가도 바로 지우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익명성 뒤에 숨어서 가볍게 대화하는 게 나한테는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정보회사의 그 차가운 절차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합리화를 하게 되더라. 돈을 낸 만큼 서로가 어느 정도 신원이 검증되었다는 사실 하나에 매달린 셈이다.
횟수제 만남이 주는 피로감
결국 큰맘 먹고 몇 번 만남을 가졌다. 횟수제였는데, 이게 사람을 정말 지치게 만든다. 5번 정도 만남을 보장받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약 200만 원 조금 넘는 돈을 썼다. 처음에 소개받은 분은 나보다 5살 연상이었는데, 자기 사별 이야기를 너무 상세하게 해서 첫 만남부터 당황스러웠다. 나는 그저 편하게 저녁 한 끼 하고 싶었는데, 대화의 주제가 계속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흘러가니 분위기가 참 무거워졌다. 맞은편 테이블에 앉은 다른 커플들은 화기애애해 보이는데, 우리는 장례식장에서나 할 법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다. 카페 비용은 누가 낼지 고민하는 그 짧은 순간도 싫고, 헤어질 때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느끼는 그 허탈함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회의
한 번은 부산에서 온 분과 통화하게 된 적이 있다. 부산 모임에서 활동한다고 했는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너무 밝아서 좋았다. 그런데 막상 만나기로 약속을 잡는 과정에서 주말 시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다. 서로 각자의 사생활이 있고, 나는 주말마다 찾는 납골당 일정이 있어서 그 부분을 양해 구하는 게 참 어렵더라. 누구는 이해해주지만 누구는 부담스러워한다. 결국 그분과는 만나기도 전에 흐지부지 끝났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 아니면 이 나이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원래 이렇게 삐걱거리는 건지 모르겠다. 20대 때의 소개팅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때는 설렘이라도 있었지, 지금은 검토와 확인의 연속이다.
앞으로 계속해야 할지 남는 의문
남은 횟수는 3번. 돈이 아까워서라도 마저 다 채워야 하나 싶다가도, 또 누군가를 만나서 내 과거를 설명하고 상대의 과거를 듣는 과정이 벌써부터 피로하다. 어떤 날은 그냥 친구들이랑 동네 공원을 걷는 게 제일 마음 편하다. 굳이 돈 써가며 새로운 누군가를 찾으려는 노력이 과연 나를 행복하게 해줄까? 사실 확신이 없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다시 일상을 회복한다던데, 나는 아직 그게 잘 안 된다. 오늘도 결혼정보회사에서 보내준 프로필 하나가 메일함에 와 있는데, 클릭하기가 겁난다. 열어보는 순간 또다시 ‘이 사람이랑은 맞을까, 아니면 또 상처받을까’ 하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 것 같아서 그냥 닫아버렸다. 당분간은 그냥 이렇게 지내볼 생각이다.

사별 이야기가 이렇게 상세하게 들려주시니, 첫 만남부터 압도되는 느낌이 있었던 게 맞아요.
솔로 모임 생각은 해보셨어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는데, 어색함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든 것 같아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