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사 상담 다녀오고 나니 왠지 마음이 묘해졌다

강남 한복판에서 마주한 사무실의 공기

지난달에 큰맘 먹고 강남에 있는 결혼정보회사 상담을 예약했다. 사실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하거나 결정사를 통해 사람을 만난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은근히 조급함이 생겼던 것 같다. 회사 퇴근하고 지하철을 갈아타며 강남역 근처로 가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라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건물 10층에 내리니 입구부터 엄청 깔끔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솔직히 말하면 좀 긴장됐다. 면접 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데스크 직원이 안내해 준 방으로 들어갔는데, 좁지도 넓지도 않은 공간에 서류들이 깔끔하게 정리된 게 눈에 띄었다.

등급표라는 숫자가 주는 묘한 기분

상담 실장님은 생각보다 차분하고 꼼꼼한 분이었다.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연봉이나 부모님 직업, 최종 학력을 묻는 질문들이 이어질 때마다 기분이 좀 묘했다. 마치 내 인생을 누군가에게 수치로 환산받는 느낌이랄까. 상담을 마치고 나니 대략적인 내 위치(?)가 짐작되는 등급 같은 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실장님은 굉장히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지만, 정작 내 조건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평가받는지 듣고 나니 속이 좀 쓰렸다. 대략적으로 횟수제로 계약을 하면 가입비가 수백만 원 단위였는데, 이게 적은 돈도 아니고 선뜻 결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유명한 노블사들은 더 비싸다고 들었는데, 상담받은 곳은 그중에서는 중간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소개팅과는 확실히 다른 무거운 무게감

결정사에서 받는 소개는 그냥 앱으로 하는 소개팅이랑은 차원이 다르다는 말을 들었다. 앱은 서로 사진만 보고 대화하다가 막상 만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신원 인증이 확실하니까 그건 안심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인증’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이게 결혼을 위한 비즈니스라는 게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사람을 만나는 건데 뭔가 상품을 고르는 기분 같아서 말이다. 상담 시간이 1시간 반 정도 흘렀는데, 나오면서 시계를 보니 저녁 8시가 넘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 근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사 먹었는데, 그 허전함이 묘하게 현실처럼 느껴졌다.

비용 고민과 망설임 사이에서

사실 고민이 제일 컸던 건 비용이었다. 가입비 수백만 원에 성혼 사례비까지 생각하면, 이게 과연 투자가치가 있는 건지 확신이 안 섰다. ‘결혼을 꼭 이렇게까지 해서 해야 하나’ 싶은 생각과 ‘그래도 이런 곳 아니면 나랑 비슷한 조건의 사람을 만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계속 충돌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환불 규정이나 사기 관련 주의사항이 많아서 더 조심스럽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 등록 업체인지는 확인했는데, 막상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니 손이 멈췄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아서 그냥 혼자서 이것저것 검색만 수십 번 더 했던 것 같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생각들

결국 그날은 상담만 받고 계약은 안 했다. 실장님이 당일에 결정하면 할인해 준다고 했는데, 왠지 그 분위기에 휩쓸려 계약하고 나중에 후회할까 봐 그냥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건지 모르겠다. 가끔은 그냥 가입해서 빨리 누군가를 만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앱으로 가볍게 사람 만나다가 자연스럽게 인연을 찾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아직도 결정사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는데, 결제를 할지 말지 정하지 못했다. 아마 당분간은 이런 고민을 반복하며 지낼 것 같다. 다들 이렇게 고민하면서 시작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생각이 많은 건지 잘 모르겠다.

Similar Posts

4 Comments

  1. 좁은 공간에서 서류 정리는 좀 딱딱한 느낌이 들었네요. 제가 생각해보니, 이런 상담은 정보 전달에 집중하니까 오히려 인간적인 교감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