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표 끊고 나서야 실감 난 신혼여행의 무게

예식장 계약하고 나니 남은 건 비행기 표 고민뿐

대전 ICC웨딩홀에서 식을 올리기로 하고 계약금을 송금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신혼여행지를 어디로 할지 고민하는 단계까지 왔다. 사실 예식장 예약이야 대충 날짜 잡고 인기 있는 시간대 피해서 골랐지만, 신혼여행은 조금 달랐다. 다들 한 번뿐이니까 무조건 좋은 곳으로 가야 한다는 압박이 어디선가 느껴졌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남들의 화려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남들만큼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은 하와이 하얏트 리젠시를 다녀왔다며 호텔 수영장이 정말 좋았다고 몇 번을 말하던데, 나는 그 가격을 듣고 나니 일단 한숨부터 나왔다.

이탈리아 남부냐 휴양지냐 끝없는 의견 대립

솔직히 나는 휴양지 체질이다. 그냥 햇볕 쨍쨍한 산타모니카 해변 같은 곳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남편은 이탈리아 남부 여행을 꿈꾸고 있었다. 렌터카를 빌려서 해안 도로를 달리고 싶다나. 1인 왕복 항공권 가격이 대략 100만 원 중반대에서 200만 원을 훌쩍 넘어가는데, 숙박비까지 계산하면 예산이 거의 두 배는 뛸 것 같았다. 3성급 호텔은 1박에 10만 원 언저리라지만, 신혼여행인데 그런 곳에서 자도 되는 걸까 싶기도 하고. 결국 스위스 이탈리아 신혼여행 코스를 짜다가 너무 복잡해서 그냥 창을 닫아버렸다. 계획 짜다 싸우기만 할 것 같아서 일단 멈췄다.

웨딩박람회에서 본 프로모션의 늪

주말에 심심해서 대구 웨딩박람회 정보도 찾아봤다. 2026년 예식인데 벌써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여행사 끼고 가면 편하긴 하겠다 싶었는데, 괜히 덜컥 계약했다가 취소도 못 하고 발목 잡히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상담받아보니 2027년 예식까지 특가 적용해 준다며 온갖 보험과 혜택을 나열하는데, 듣다 보니 다 좋아 보이지만 동시에 다 짐처럼 느껴졌다. 예전에는 신혼여행이라고 하면 당연히 거창한 여행이 기본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청년들이 느끼는 경제적인 불안감이 커서 그런지 다들 가성비와 의미 사이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고민

이러다 정말 오키나와처럼 비행시간 짧고 부담 없는 곳으로 가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1인 왕복 항공권 30만 원대에 호텔 1박 15만 원이면 예산 안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또 남들은 다 유럽이나 하와이 가는데 나만 너무 소박한가 싶고. 최준희 인플루언서가 미국 아울렛 쇼핑한 기사나 보면서 저런 화려한 신혼여행은 대체 예산이 얼마나 들까 상상만 해본다. 사실 누군가는 신혼여행에서 돈을 펑펑 쓰는 게 행복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냥 집 대출금 조금이라도 더 갚는 게 마음 편할 수도 있겠지. 나는 그 사이 어디쯤 서 있는 것 같다.

아직 결정하지 못한 우리의 행선지

지금도 비행기 스카이스캐너 어플을 켜두고 고민 중이다. 막상 휴양지로 정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고, 유럽으로 정하면 가서 매일매일 카드값 걱정하며 컵라면 먹을까 봐 그것도 무섭다. 결혼 준비라는 게 원래 이렇게 끝없는 선택의 연속인지 몰랐다. 오늘 밤에도 남편이랑 다시 이야기해 봐야겠다. 일단은 비행기 표 가격이나 좀 더 지켜보자고 할 것 같다. 시기에 따라 가격이 워낙 들쭉날쭉하니, 괜히 지금 성급하게 결제했다가 손해 볼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완벽한 신혼여행이란 게 정말 있긴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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