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장 분위기에 휩쓸려 견적만 잔뜩 받아온 날

시작은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결혼 준비라는 게 처음에는 막연해서 일단 어디라도 가보자는 생각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웨딩박람회에 다녀왔어요. 다이렉트 웨딩박람회라고 해서 이름은 꽤 들어봤던 곳인데, 막상 코엑스나 대형 호텔 행사장 같은 곳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훨씬 사람이 많아서 놀랐네요. 평일 낮이었는데도 상담받는 커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저는 사실 이천이나 충주 쪽 웨딩홀도 알아볼 겸, 그냥 스드메가 대충 얼마 정도 하는지 감이나 잡으러 간 거였거든요. 입구에서부터 쏟아지는 브로셔랑 사은품 쿠폰 같은 걸 받아들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좀 급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생각보다 길었던 스드메 상담 시간

한 상담 테이블에 앉았는데, 메종드힐이나 애브뉴준오 같은 곳 견적을 물어봤더니 플래너님이 정말 쉼 없이 설명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미리 알아본 업체들이랑 묶어서 패키지로 구성하면 훨씬 저렴해진다고 하셨는데, 솔직히 현장에서는 그게 싼 건지 비싼 건지 판단이 잘 안 섰어요. 촬영 드레스는 어떤 스타일이 좋은지, 본식 스냅은 요즘 어디가 뜨는지 이런저런 정보를 듣다 보니 한 시간은 그냥 지나가더군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간 상태라 중간에 집중력이 좀 흐려졌는데,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신혼여행 패키지 이야기랑 섞여서 머릿속이 엉망이 되기 시작했어요. 대략적인 예산을 말씀드렸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최소 200~300만 원은 더 잡아야 한다는 말을 들으니 순간 멍해지더라고요.

박람회장 밖에서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

박람회를 나와서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는데, 손에 든 가방이 어찌나 무겁던지. 가방 안에는 업체별 팜플렛이랑 견적서가 가득 들어있었는데 집에 와서 펼쳐보니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누구는 다이렉트로 진행해서 아꼈다고 하고, 누구는 그냥 편하게 업체 끼고 하는 게 낫다고 해서 정말 고민이 많았거든요. 사실 펜션 결혼식 같은 소규모를 고민하다가도 막상 이렇게 거대한 박람회장에 다녀오니 ‘남들처럼 그냥 평범하게 하는 게 속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특히 가전 제품 상담도 같이 받았는데 LG전자 베스트샵 같은 곳에서 혼수 가전을 한꺼번에 해결하면 혜택이 크다고 해서, 생각지도 못하게 냉장고랑 세탁기 모델명까지 적어오게 됐네요. 당장 결혼 날짜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깊숙이 상담을 받아도 되나 싶기도 하고요.

계약은 아직 못 하고 돌아온 이유

결국 당일에 현장 계약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요. 플래너님이 지금 계약하면 50만 원 할인해주고 추가 혜택이 있다고 하셨는데, 왠지 여기서 덜컥 사인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돌아오는 길에 충주 웨딩홀 대관료랑 본식 스냅 업체들을 검색해보니 박람회에서 들었던 가격이랑 큰 차이가 없는 곳도 꽤 많았고요. 오히려 박람회라는 분위기에 취해서 냉정한 계산을 못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남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상담받는 동안 제가 궁금했던 것보다 업체에서 밀어주는 상품 위주로 정보를 들었던 것 같아 좀 찜찜한 마음도 있고요.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결혼 준비라는 게 참, 남들이 다 하는 거니까 나도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나한테 필요한 것만 골라서 해야 하는 건지 기준 세우기가 쉽지 않네요. 일단은 가져온 팜플렛들을 침대 옆에 쌓아두기만 했는데, 이걸 다 읽어보려면 주말 이틀은 꼬박 써야 할 것 같아요. 스드메를 묶어서 진행하는 게 정말 효율적인 건지, 아니면 하나씩 발품 팔아 알아보는 게 결과적으로 더 만족스러울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다음번에 다른 곳을 한 번 더 가봐야 할지, 아니면 그냥 인터넷 카페에서 눈팅이나 더 해봐야 할지 결정을 못 내린 채로 그냥 며칠째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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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가전 상담 받으면서 혜택 챙기는 것도 좋지만,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받으면 오히려 혼란스러워지더라구요. 특히 지금은 결혼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우선 필요한 것부터 천천히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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