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 가입비 듣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던 날
어느 날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나만 혼자 남겨진 건가 싶을 때가 있다. 다들 어디서 그렇게 잘들 만나는지, 이미 결혼을 한 번 겪고 나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단순히 ‘연애’의 범주를 넘어선 무거운 숙제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가볍게 대구 지역의 소규모 모임이나 돌싱들이 모인다는 카페 같은 곳을 기웃거려 봤다. 근데 막상 나가보면 다들 어딘가 조심스럽고, 나 역시 상대의 배경이나 지난 과거에 대해 먼저 방어기제를 치게 되니 자연스러운 만남이라는 게 참 쉽지 않더라. 그래서 결국 돈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요즘 흔히 말하는 결혼정보회사, 일명 결정사를 검색해보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커플매니저와 나눈 상담의 무게
유명하다는 몇 군데에 상담 신청을 넣었더니 다음 날 바로 전화가 왔다. 강남에 있는 꽤 규모 있는 업체였는데, 상담받으러 오라는 말에 반차까지 내고 다녀왔다. 상담실에 앉으니 커플매니저라는 분이 아주 능숙하게 내 정보를 훑었다. 내가 이혼 경력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대면해서 그 부분을 세세하게 체크리스트에 옮기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꽤나 씁쓸했다. 매니저는 나더러 ‘재혼 시장에서는 본인의 연봉과 자산 규모가 곧 등급’이라며 아주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마치 중고차 시세를 매기듯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숫자로 환산하는 그 분위기가 어찌나 생경하던지. 사실 내가 궁금했던 건 ‘나와 잘 맞는 성향의 사람이 있느냐’였는데, 매니저는 자꾸만 상대방의 경제적 수준이나 직업군을 먼저 강조했다. 상담 시간은 대략 1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듣다 보니 내 결혼 생활의 실패가 겨우 이런 데이터 한 줄로 정리되는 건가 싶어 마음이 묘했다.
결정사가격은 역시나 비쌌다
가장 결정적인 건 역시 가격이었다. 처음 상담받은 곳에서는 가입비로 최소 300만 원에서 많게는 800만 원까지 부르더라. 횟수 제한이 있는 상품도 있었고, 성혼 사례비가 별도로 들어간다는 말에 입이 딱 벌어졌다. ‘이 돈을 내고 만나는 게 과연 내가 원하는 만남일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재혼 사이트라고 따로 홍보하는 곳들도 살펴봤지만, 결국 시스템은 다 비슷했다. 누군가는 내 프로필을 보고 선택하고, 나도 사진과 짧은 자기소개서를 보고 사람을 골라야 한다. 굳이 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이런 비인격적인 만남을 이어가야 하는 건지 고민이 깊어졌다. 솔직히 말하면 통장에 있는 잔고를 보며 망설이다가, 상담 매니저의 독촉 전화에 괜히 기분만 상해서 그냥 다음에 연락하겠다고 끊어버렸다.
소개팅과 앱 사이에서 방황하는 마음
결국 결정사 가입은 보류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재혼을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그냥 혼자서 조용히 검색만 반복하고 있다. 어떤 날은 앱을 깔아볼까 싶다가도, 뉴스에서 나오는 사기나 이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또 금방 삭제하게 된다. 나이가 드니 사람 하나 믿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마음 편한 거 아닐까 싶다가도, 비 오는 날이나 퇴근길에 적막한 현관문을 열 때면 다시금 마음이 흔들린다.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그렇게 용기를 내서 재혼을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많은 걸 따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확실한 무언가를 찾게 되는 게 제일 문제인 것 같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지금도 가끔 밤에 잠이 안 오면 이런저런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글을 읽곤 한다. 다들 나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 억대 연봉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다는 곳부터, 저렴한 가격에 마음 맞는 사람을 찾았다는 후기까지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돈 안 들이고 그냥 동호회에서 인연을 만났다고 하는데, 그런 운이 나한테도 올까 싶기도 하고. 결정사 매니저가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재혼은 현실이에요.’ 그 말이 맞는데, 왜 이렇게 그 현실이 차갑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가입비를 결제하지 않은 내 통장은 그대로지만, 마음은 여전히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아마 조만간 다시 또 다른 업체를 검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이대로 지내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덮어두고 싶다가도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다.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엄청 고민했어요. 프로필 사진만 보고 사람을 고르는 게 정말 답답하더라구요.
데이터 한 줄로 정리되는 느낌이 정말 이상하더라구요. 특히 이혼 경력 부분 체크리스트로 옮기는 거 보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