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백만 원씩 내고 만나는 게 맞나 싶어 망설였던 날들
서초동 사무실에서 마주한 상담의 온도
결국 상담을 예약하고 말았다. 강남역 근처에 있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규모의 결혼정보회사였는데, 솔직히 가기 전까지 고민을 참 많이 했다. 20대 후반에서 30대로 넘어갈 때 느꼈던 그 막연한 불안함이 결국 나를 상담실까지 이끌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정적인 분위기였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랑 은은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데, 담당 커플매니저분이 내 이력을 훑어보는 그 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이런 조건이면 이런 분들을 만날 수 있어요’라며 모니터 화면을 살짝 돌려 보여주는데, 내가 그동안 소개팅 앱이나 주변 지인을 통해서는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구체적인 수치와 등급 체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솔직히 말하면 좀 당황스러웠다. 사람이 물건처럼 등급 매겨지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비용에 대한 현실적인 체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돈이었다. 상담을 받아보니 횟수제로 할지, 기간제로 할지 선택해야 하는데 금액대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최소 3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가까이 요구하는 플랜들도 있었다. 요즘 결혼 준비 비용이 평균 6,000만 원은 가볍게 넘는다는 기사를 본 적은 있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수백만 원을 덜컥 결제한다는 게 참 쉽지 않더라. 매니저분은 ‘본인의 가치를 투자하는 시간’이라며 자연스럽게 계약서를 내밀었지만, 나는 일단 집에 가서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도망치듯 나왔다. 나와서 강남역 사거리를 걷는데 갑자기 현타가 오더라. 내가 지금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그런 기분.
청첩장 모임 비용과의 미묘한 비교
요즘 결혼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청첩장 모임도 꽤 자주 나간다. 주말마다 나가는 모임에서 1인당 식사 비용이 4~5만 원씩 깨지는데, 한 달에 몇 번씩 이렇게 쓰다 보면 정말 축의금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허덕이게 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정보 회사에 수백만 원을 쓰느니 그 돈으로 차라리 내 생활을 좀 더 즐겁게 꾸려가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면 그 돈을 모아서 나중에 신혼집 자금에 보태는 게 훨씬 합리적이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아끼고 아껴서 결국 누구를 만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게 맞는 건지 갈피가 안 잡혔다.
지인들의 알 수 없는 후기들
주변에 결정사를 이용해 본 지인이 몇 명 있다. 누구는 ‘거기서 만난 사람과 지금 아주 잘 살고 있다’고 하고, 누구는 ‘돈만 날리고 제대로 된 사람 한 명도 못 만났다’고 한다. 극과 극의 반응을 듣다 보니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한 번은 건너 건너 들은 어떤 결정사 후기에서는 커플매니저와의 소통이 생각보다 너무 안 돼서 답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원하는 조건을 분명히 말했는데 자꾸 엉뚱한 스타일의 사람만 매칭해 준다거나, 미팅 일정을 잡는 게 너무 수동적이라는 이야기였다. 돈은 적지 않게 들어가는 것 같은데 관리는 생각보다 허술한 것 같아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인데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사실 지금도 가끔씩 앱을 켜서 가입할까 말까 고민한다. 주변에서는 요즘 국제결혼이나 플랫폼 매칭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지만, 그래도 한국 정서상 내가 익숙한 방식의 결정사가 조금 더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자꾸 발목을 잡는다. 어쩌면 나도 조만간 다시 그 사무실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덜컥 돈을 지불하고 내 만남의 기회를 그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나를 망설이게 한다. 아마 이 고민은 내가 진짜 결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확실하게 굳히기 전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 오늘 저녁에는 그냥 퇴근길에 혼자 조용한 카페나 들러서 책이나 읽다 들어가야겠다. 너무 깊게 생각하면 머리만 아프니까.

저도 비슷한 고민 했던 적 있어요. 돈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정말 공감했어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는데, 횟수제와 기간제 차이 때문에 더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커플 매니저 비용 때문에 고민이 많았었는데, 상담 내용과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아서 공감됐어요. 특히 매칭 과정에서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점이 걱정되더라구요.
청첩장 모임 비용 생각하면 더 고민되네요. 소개팅 앱으로도 비슷한 비용 써보긴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