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사 간다는 친구 얘기 듣고 어쩌다 생각해보게 된 것들
솔직히 내 주변에는 결정사, 그러니까 결혼정보회사 간다는 친구는 없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랬다. 그러다 작년 여름이었나, 지윤이가 갑자기 그러더라. 자기 이제 서른 중반 넘어가는데 마땅히 사람 만날 기회도 없고, 더는 시간 낭비하기도 싫다고. 그래서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알아본다고 했을 때 좀 놀랐다. 나는 항상 그냥저냥 자연스럽게 만나다 결혼하게 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으니까.
친구 지윤이의 갑작스러운 결정사 이야기
처음엔 좀 무덤덤했다. ‘아 그래? 요새 그런 데 많이 가나?’ 이 정도 느낌. 지윤이는 자기가 알아본 곳이 꽤 괜찮다고, 대기업 직원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 매칭도 빠르다고 했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그냥 대충 어디 ‘프리미엄’ 붙는 곳이었던 것 같다. 가입비가 몇백만원부터 시작한다는 이야기 듣고는 ‘와, 진짜 돈 꽤 드는구나’ 싶었다. 몇백만원이면 적어도 동남아 여행 두어 번은 갈 돈인데, 사람 만나는 데 그렇게까지 써야 하나 하는 묘한 생각이 들었다. 지윤이는 그래도 시간을 사는 거라 생각하면 비싼 게 아니라고 했지만, 난 여전히 갸우뚱했다. 그냥 동네에서 소모임 같은 거 하면서 사람 만나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도 데이트 앱 쓰는 애들은 많아도 결정사는 선뜻 발 들인 사람이 없었으니 나로서는 좀 낯선 세상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결정사와 실제
나는 결정사 하면 뭔가 좀, 드라마 같은 이미지였다. 엄청난 스펙의 사람들이 만나서 계산적으로 조건만 보고 결혼하는 그런 장면들. 지윤이한테 물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하더라. 물론 서로의 직업이나 학력, 집안 배경 같은 걸 아예 안 보는 건 아닌데, 그래도 ‘선호하는 이상형’ 같은 것도 많이 고려한다고. 예를 들면 ‘서울 서부권에 사는 사람’이라든지, ‘주말에 등산 같이 다닐 사람’ 같은 좀 더 구체적인 취미 같은 것도 매칭 조건에 들어간다는 거다. 그런데 어쩐지 그런 이야기 들으면서도, 결국은 수치화되고 등급 매겨지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윤이는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계속 그 찝찝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예전엔 그냥 사람 좋으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이런저런 항목을 따져야 하는구나 싶고. 약간 허무한 기분도 들었다.
듣다보니 슬슬 불편해지던 ‘등급’ 이야기
지윤이가 상담받고 오면서 했던 말 중에 계속 머리에 남는 게 있었다. 자기 ‘등급’이 생각보다 괜찮게 나왔다는 말. 자기가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인데, 결혼정보회사 기준으로는 ‘꽤 매력 있는 회원’으로 분류되었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그때부터 좀 불편해졌다. 사람을 이렇게 등급으로 나누는 게 정말 괜찮은 일인가. 물론 나도 사람 만날 때 조건을 안 보는 건 아니지만, 그걸 시스템적으로 딱 잘라서 ‘당신은 몇 등급’ 이렇게 정해버리는 게 너무 냉정하게 느껴졌다. 다른 친구들한테 지윤이 얘길 했더니, ‘요새 다 그렇지 뭐’ 하는 친구도 있고, ‘그건 좀 너무하다’는 친구도 있었다. 한 친구는 자기도 예전에 호기심에 결혼정보회사 가입비 알아봤는데, 자기 스펙으로는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상담사의 얘기에 기분이 확 상해서 바로 돌아섰다고 했다. 그 이야기 듣고 나니 뭔가 더 씁쓸해지는 기분이었다.
내 주변 친구들, 가입비 이야기
지윤이는 가입 후 얼마 안 가서 몇 명을 만났다고 했다. 근데 막 드라마틱하게 인연을 찾았다기보다는, 그냥 서로의 조건표를 맞춰보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고 했다. 매칭된 상대방들도 다들 꽤 번듯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긴 했는데, ‘만나보니 나랑 결이 안 맞더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몇 번 만나고 나면 또 다른 사람 매칭해주는 식. 지윤이가 가입한 게 한 1년 전쯤인데, 아직까지도 그쪽 통해서 만난 사람 중에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은 없다고 했다. 가입비 수백만원을 내고 이렇게 만나는 건데, 생각보다 성혼까지 가는 길은 더 어려운 것 같다는 푸념도 들었다. 물론 지윤이는 ‘그래도 이렇게라도 안 하면 누구 만나겠냐’며 계속 매칭을 받고 있긴 하다. 주변 친구들 중에도 가입은 안했지만, 비슷한 서비스를 이용해볼까 고민하는 애들도 몇 있었다. 다들 자기들이 어떤 등급으로 평가될까 궁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평가가 두려운 모양새였다.
그래서 결국은 잘된 건가 싶은 마음
나는 아직까지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배우자를 만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지윤이의 경우를 보면,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필터링된’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얻은 건 맞다. 하지만 그 필터링이라는 게 결국은 사회적인 기준에 맞춰진 ‘등급’에 따라 이루어지고, 그 안에서조차 서로의 ‘결’을 맞추는 건 또 다른 영역의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이걸 잘 모르겠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이렇게까지 해서 상대를 찾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물론 다들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인연을 찾으려 노력하는 거겠지만, 나는 여전히 그 복잡한 계산과 등급 안에서 관계를 맺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윤이는 언젠가 좋은 사람 만나서 꼭 결혼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말이 어쩐지 예전보다 더 무겁게 들리는 건 왜일까.

서른 넘어서 고민하는 지윤이 마음이 딱이네요. 저도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있을 것 같아요.
등급으로 사람을 나누는 게 좀 답답하네요. 제 친구도 비슷한 시스템에선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제 친구가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등급’ 맞춰보는 느낌이 맞는 것 같아요. 비슷한 기준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결국 서로 다른 ‘결’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결정사 이야기 들으면서, 사람을 이렇게 숫자로 환산하는 게 좀 신경 쓰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