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한복판에서 결정사 상담받고 온 날의 당혹감
상담실 문을 열기까지가 제일 힘들었다
사실 결혼정보회사 상담을 받으러 가기로 마음먹기까지가 한참 걸렸다. 주변에서 하도 결혼하라는 압박이 심해지기도 했고, 소개팅 앱이나 지인 소개도 이젠 좀 지친다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수많은 후기들은 하나같이 다 광고 같아서 오히려 믿음이 안 갔다. ‘순위’라는 단어가 붙은 글들은 어찌나 많은지, 그걸 다 읽다 보면 머리만 더 복잡해지기 일쑤였다. 결국 직접 가서 들어보는 게 제일 빠르겠다 싶어서 강남역 인근에 있는 한 업체에 연락을 넣었다. 주말 오후 두 시로 예약했는데, 막상 가려니 괜히 가는 건가 싶은 생각이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낡은 건물 안의 화려한 상담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내려서 5분 정도 걸어갔다. 건물 외관은 생각보다 좀 낡아서 ‘여기가 맞나’ 싶었는데, 상담실 안으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차분한 조명에 가구들도 나름 고급스러웠고, 상담해주시는 분은 아주 정중했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묻는 질문이 생각보다 구체적이었다. 단순히 취미가 뭐냐는 수준이 아니라, 연봉이나 자산 현황 같은 것들을 적어 내야 하는 서류를 보는데 솔직히 좀 불쾌했다. 이게 내 가치를 숫자로 증명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묘했다. 상담료는 없었지만, 나중에 들은 가입 비용은 생각보다 훨씬 높아서 입이 떡 벌어졌다.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을 우습게 넘어가는 금액을 들으니 내가 무슨 고급 상품이 된 기분마저 들었다.
드라마와는 참 다르다는 생각
예전에 넷플릭스에서 블랙의 신부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거기서는 엄청난 재벌가가 등장하고 상류층의 비밀스러운 거래가 오가는 모습이 나오는데, 현실의 상담은 훨씬 더 사무적이고 건조했다. 드라마처럼 화려한 파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전산망에 올라온 프로필 몇 개를 보여주며 ‘이런 분 어떠냐’는 식의 제안이 전부였다. 외모가 중요하다는 조건을 넌지시 비췄더니, 상담사는 웃으면서 ‘그럼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냉정하고 비즈니스적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마음 한구석에 남는 찜찜함
상담이 끝나고 나오는데 왠지 모를 공허함이 밀려왔다. 밖은 봄바람이 불어서 따뜻한데, 나만 혼자서 차가운 숫자 계산을 하고 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무료 궁합 사이트나 한번 찾아보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사주를 보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결정사에서 내세우는 매칭 기준보다는 차라리 이런 게 더 사람 냄새가 나는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재혼이나 초혼이나 결국 사람 만나는 일인데, 왜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얽혀야 하나 싶었다.
여전히 고민은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그날 바로 계약은 안 했다. 당장 몇 백만 원을 결제하기엔 내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상담사가 ‘다른 곳도 더 알아보시겠지만 결국 다시 오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그게 영업 멘트라는 건 알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하고. 지금도 가끔 결정사 홈페이지를 들락거릴 때가 있다. 하지만 막상 누군가에게 내 정보를 다 오픈하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점수 매기듯 골라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냥 봄날에 공원이나 한 바퀴 돌면서 친구들 만나는 게 나은 건지, 아니면 돈을 써서라도 지름길을 찾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봄바람처럼 흩날리는 숫자들 때문에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사람 만나는 게 이렇게 복잡하게 느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었죠.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분위기가 정말 다른 느낌이어서,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