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더를 지웠다 깔았다 반복하는 밤들
처음 틴더를 시작했던 엉뚱한 이유
지인들이 하도 데이팅 앱 이야기를 많이 하길래, 호기심 반 그리고 왠지 모를 조급함 반으로 틴더를 설치했다. 사실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해서 아이 소식을 들려줄 때마다, 뭐랄까 나만 정지된 화면 속에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물론 혼자 있는 시간이 나쁘진 않은데, 가끔은 너무 적막해서 그게 좀 소음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달까. 앱을 깔고 사진을 몇 장 올리는데, 도대체 무슨 사진을 올려야 할지 몰라서 한참을 망설였다. 너무 잘 나온 사진은 좀 작위적이고, 너무 일상적인 사진은 좀 초라해 보이고. 결국 적당히 평범한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랑 강아지랑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렸다. 유료 결제는 고민하다가 한 달에 3만 원 정도 나가는 플랜을 결제했는데, 솔직히 이 돈을 내고서라도 누군가를 만나야 하나 싶어서 결제 버튼 누를 때 손이 좀 떨리긴 했다.
프로필 속의 사람들과 대화의 허무함
매칭이 되어서 대화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다들 친절하다. 뭐 하세요? 오늘 하루는 어떠셨어요? 같은 뻔한 질문들. 그런데 이 뻔한 질문이 반복되다 보면 금방 지친다. 누군가는 미국 테슬라 본사에서 일한다고 자랑을 늘어놓고, 또 누군가는 너무 노골적으로 가벼운 만남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며칠 전에는 꽤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대화의 끝이 항상 자기가 투자하는 코인 이야기로 흘러가더라. 그때 느꼈다. 아, 여기도 결국 현실의 연장선이구나.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같은 설렘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적어도 예의를 갖춘 대화가 오갈 줄 알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어렵다. 답장이 느리거나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상대방을 보면, 나도 모르게 ‘아, 이 사람은 나한테 관심이 없구나’ 싶어서 그냥 차단해버리고 만다.
40대의 만남이 20대와 다른 점들
확실히 나이가 조금 더 들어서 만나는 관계는 계산이 먼저 앞선다. 예전엔 그냥 좋으면 만났던 것 같은데, 이제는 상대방이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취미는 뭔지, 심지어는 식습관까지도 미리 체크하게 된다. 얼마 전에는 소개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사람과 강남역 근처에서 커피를 한잔했는데, 상대방이 40대 초반인 나에게 결혼 계획이 있느냐고 너무 직접적으로 묻길래 당황해서 대충 웃어넘겼다. 그 순간, 우리가 지금 데이트를 하는 건지 아니면 조건 조사를 하는 건지 헷갈리더라. 그런 자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늘 좀 허탈하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을 만나야 할까? 그냥 주말에 넷플릭스 보면서 배달 음식 시켜 먹는 게 훨씬 평온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삭제와 재설치를 반복하는 이유
결국 일주일을 못 넘기고 앱을 지운다. 폰 용량 정리하다 보면 틴더 아이콘이 눈에 거슬리고, 가끔은 너무 피로해서 앱 자체를 삭제해버리곤 한다. 그런데 또 일주일쯤 지나서 금요일 밤이 되면 이상하게 외로움이 밀려와서 다시 설치한다. 그러곤 또 뻔한 대화들에 지쳐서 다시 지우고. 이 악순환을 몇 번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친구들은 결혼정보회사도 한번 알아보라고 하는데, 거긴 또 가입비가 수백만 원이라길래 엄두도 안 난다. 누군가 그랬다. 인연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거라고. 그런데 그 자연스러움이라는 게 이제는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들
데이트 앱으로 만난 사람과 잘 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주변에도 그렇게 결혼한 커플이 한두 쌍은 있다. 그들을 보면 ‘나도 언젠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간다는 게 이렇게 기계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서툴게 이 방식을 대하고 있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오늘도 틴더를 켰다가, 상대방 프로필 사진들을 슥슥 넘기다가, 결국 대화창 하나 열지 않고 다시 닫았다. 마음이 준비가 안 된 건지, 아니면 그냥 내일 출근할 걱정 때문에 에너지가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오늘 밤은 그냥 이렇게 휴대폰을 내려놓고 자야겠다.

강남역 커피집에서 겪은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상대방의 질문 때문에 오히려 더 불편해지더라구요.
프로필 사진만 보는 건, 마치 앨범 속 인물 사진을 몇 초간 훑어보는 것 같네요. 좀 더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데…
카페 사진이랑 강아지 사진 올린 거 보니까, 나도 왠지 찍는 순간부터 퀄리티 생각에 갇히더라.
강아지랑 같이 찍은 사진 올린 거, 정말 공감돼요. 저도 비슷한 고민 엄청 했었거든요. 사진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