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에 괜히 가입해본 소개팅 어플

어쩌다 보니 주말 내내 집에만 틀어박혀서 넷플릭스만 돌려보게 됐다. 요즘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 소식을 알리거나, 아니면 아예 연애랑 담을 쌓고 혼자 사는 게 제일이라고 선언하는 분위기다. 나도 딱히 급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토요일 오후가 되니 적막이 좀 무겁게 느껴지긴 하더라. 그래서 정말 충동적으로 소개팅 어플을 하나 깔았다. 이름은 말 안 해도 다 알 법한 유명한 곳이었는데, 앱스토어 순위 상위에 있어서 그냥 다운받았다.

프로필 사진 고르는 것부터 막막했다

가입 절차는 생각보다 더 복잡했다. 그냥 사진 몇 장 올리고 자기소개 적으면 끝일 줄 알았는데, 학력 인증에 직장 인증까지 하라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대충 아무 사진이나 올리기엔 왠지 나를 너무 가볍게 보일 것 같아서, 작년에 친구들이랑 제주도 갔을 때 찍었던 그나마 잘 나온 사진들을 한참 골랐다. 보정을 너무 많이 하면 나중에 실물 봤을 때 민망할까 봐 적당히 타협했는데, 막상 올리고 나니 이게 잘하는 짓인가 싶었다. 1년 결제권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일단 무료 버전을 써보기로 했는데, 내가 원하는 필터링을 다 쓰려면 결국 비용이 좀 들긴 하더라. 대충 훑어보니 한 달에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는 기본으로 나가는 느낌이었다.

낯선 사람들과의 가벼운 대화가 가져온 피로감

몇몇 사람들과 대화가 이어지긴 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에너지를 엄청 잡아먹더라. 처음에 몇 마디 주고받을 때는 설레는 느낌도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게 지겨워졌다. “주말에 뭐 하세요?”, “어디 사세요?”, “무슨 일 하세요?”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되니까 나중에는 그냥 숙제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대화한 지 10분 만에 카톡 아이디를 알려달라고 해서 좀 당황했다. 굳이 이렇게 서두를 필요가 있나 싶어서 답장을 좀 늦췄더니, 그다음 날 바로 대화방에서 나가버리더라.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팅 어플 안에서 본 기묘한 분위기

어플을 둘러보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여기도 결국은 하나의 작은 사회 같았다. 잘생긴 남자나 조건이 좋은 사람은 인기 순위에 올라와 있었고, 다들 그 안에서 치열하게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가끔은 내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맞나 싶은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예전에는 자연스러운 만남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조금씩 들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인연을 만나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30대 중반이 넘어가니 소개팅 자리 하나 잡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니까.

가끔은 혼자가 편한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중간에 좀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있어서 대화를 좀 길게 해봤는데, 결국 약속을 잡는 지점에서 흐지부지되었다. 상대방도 나도 딱히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닌데, 그냥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이 뜸해지다가 끊긴 거다. 굳이 만나서 서로의 성격이나 가치관을 맞춰보는 과정이 피곤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어플을 지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그냥 두기로 했다. 가끔 심심할 때 들여다보는 정도로는 나쁘지 않으니까.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걸로 평생 배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잠깐의 적적함을 달래기에는 적당한 도구랄까. 결제한 3개월 이용권이 아깝긴 하지만, 뭐 어쩌겠나. 안 되면 그냥 운명이 아니겠거니 하고 지우면 그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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