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비 400만원을 내고도 주말이 허전한 이유
가입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결국 질러버렸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소위 말하는 유명 결혼정보회사에 전화를 건 게 작년 이맘때쯤이었나. 상담사 분이 내 직장이랑 연봉, 그리고 부모님 직업까지 꼼꼼하게 물어보면서 프로필을 적어 내려가던 그 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입비로 거의 400만 원 가까운 돈을 냈을 때는 솔직히 ‘이 정도 투자하면 금방 좋은 사람 만나겠지’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근데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건조하더라. 처음 몇 번은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강남역 근처의 조용한 찻집에서 1시간 반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게 보통의 루틴이었다. 그런데 한 세 번쯤 나가고 나니까 이게 무슨 면접 보는 건지, 사람 만나는 건지 구분이 안 가기 시작했다. 상대방도 나도 서로의 조건을 먼저 파악하려고 눈을 굴리는 게 느껴지니까, 뭐랄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주말 오후의 애매한 적막함
소개팅이 잡히지 않는 주말은 더 고역이다. 400만 원이라는 돈을 냈으니 회사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누군가를 찾아주겠거니 기대했는데, 실상은 매니저가 보내주는 프로필을 확인하고 ‘좋아요’ 혹은 ‘거절’을 누르는 기계적인 과정의 반복이었다. 어느 날은 정말 멀쩡해 보이는 분이 매칭되어 기대를 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대화의 결이 너무 안 맞아서 곤란했다. 그분은 본인의 업무 성과를 자랑하는 데 급급했고, 나는 그냥 빨리 집에 가서 넷플릭스나 보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라.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지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2~3만 원 정도. 만남 횟수가 늘어날수록 내 통장 잔고도 줄어들지만, 이상하게 내 마음의 허기는 더 커지는 것 같다. 이게 다 돈을 내고 인연을 사려고 하는 대가인 걸까 싶다가도, 혼자 있는 밤에는 또 막막해서 다시 앱을 들여다보게 된다.
주변의 소개팅과 결정사의 차이
가끔 친구들이 자기 아는 사람 소개해주겠다고 할 때는 또 고민이 된다. 솔직히 결정사를 통하면 서로의 조건은 확실히 검증되니까 시간 낭비는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조건만으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친구가 주선해주는 소개팅은 적어도 중간에 끼어 있는 친구라는 매개체 덕분에 조금 더 인간적인 온기가 느껴지는데, 결정사는 너무 비즈니스적이다. 예전에 내 친구 중에 목사님 딸인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소개팅을 하도 어려워해서 내가 나서서 자리를 몇 번 만들어준 적이 있다. 다들 조건은 괜찮은데 막상 만나보고는 연락이 끊기는 걸 보고 마음이 짠했다. 나도 결정사에서 그런 ‘퇴짜 맞는 사람’ 중 하나가 된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 때가 있다.
1년이 지나도 제자리인 마음
가입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계약 기간이 끝나가는데, 솔직히 더 연장하고 싶지는 않다. 매니저님은 이제 조금 더 공격적으로 매칭을 해보자고 하지만, 그 ‘공격적’이라는 단어가 왠지 나를 더 지치게 만든다. 억지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거절들이 조금씩 나를 무뎌지게 만드는 것 같다. 지난주에는 퇴근길에 혼자 고깃집에 들어가서 소주 한 잔을 마셨다. 옆 테이블에는 젊은 커플이 꽁냥거리며 고기를 구워 먹는데, 그 모습이 왜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던지. 나도 한때는 누군가와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이제는 사랑조차도 효율을 따져야 하는 나이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
결과 없는 기다림이 계속될 때
다음 주에도 소개팅이 하나 잡혀있다. 이번에는 정말 괜찮을까? 아니, 사실 큰 기대는 없다. 그냥 시간 되면 나가서 밥 먹고, 대화 좀 나누고, 아니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나가야 마음이 편하다. 결정사를 이용하는 게 잘한 일인지, 아니면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고 여행이나 다니는 게 나았을지 아직도 결론을 못 내리겠다. 가끔은 내가 결혼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서 누군가 내 옆에 있기를 바라는 건지조차 헷갈린다.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그렇게 쉽게 짝을 찾아서 결혼하는 건지 궁금하다. 나만 이렇게 쳇바퀴 돌듯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아 때로는 화가 나고, 때로는 그냥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진다.

소개팅 비용 때문에 오히려 더 외로워지는 기분이에요. 친구 소개팅은 좀 더 인간적인 연결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소주 한 잔 드시는 모습도 낯설게 느껴지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번 해보고 싶어졌어요.
프로필 확인하고 좋아요/거절만 하는 건 정말 답답하네요. 저는 그분처럼 업무 성과 자랑하는 사람 만나본 적 없어서 더 그런 생각 들 것 같아요.
찻집에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면접처럼 느껴지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게 부담스러워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