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정보 업체 상담을 다녀왔는데 왠지 모르게 허탈했다

강남 한복판에서 느꼈던 묘한 이질감

지난달쯤이었나, 강남역 근처에 있는 결혼정보회사에 다녀왔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 소식을 전해오고, 부모님마저 은근슬쩍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가 거실 너머로 들려오니 마음이 조급해졌던 게 사실이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단순히 사람이 없어서 느끼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날따라 유독 텅 빈 방이 크게 느껴졌다. 상담 예약은 생각보다 쉬웠다. 홈페이지에서 대충 시간을 잡고 갔는데, 입구부터 느껴지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오히려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30대 중반의 직장인인 내가 이곳에 왜 왔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여기서 정말 내 이상형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매니저님이 내밀던 프로필과 건강 점수

상담실에 들어서니 상담 매니저님은 아주 능숙하게 내 정보를 묻기 시작했다. 연봉, 직장, 부모님의 직업, 그리고 심지어는 종교까지. 내가 일상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는 전혀 신경 쓰지 않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아주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매니저님은 요즘 트렌드라며 중추신경계 생식세포종양 같은 질환을 거론하며 건강 관리 상태까지 점수화해서 관리한다고 하더라.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학교 복귀나 직장 생활을 논하던 대학 시절의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대화였다. 누군가를 만나는 게 아니라, 마치 기업 간의 합병을 준비하는 것 같은 분위기랄까. 9440억 원의 재산 분할 같은 뉴스를 접하며 결혼이 참 무서운 현실이구나 싶었는데, 여기서는 그 현실을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느낌이었다.

가입비와 내 마음 사이의 거리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비용이었다. 등급별로 나뉘어 있는 가입비는 대략 3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한 번의 미팅이 이루어질 때마다 차감되는 방식이라는데, 만약 내가 몇 번 만나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돈은 어떻게 되는 건지 물어봤다. 매니저님은 웃으며 서비스 횟수를 보장해 준다고 했지만, 그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예전에는 연애 심리 테스트나 소개팅 앱을 통해 가볍게 사람을 만나는 게 전부였는데, 결혼 정보 업체는 그런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체계적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감정까지 상품화되는 것 같아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주변의 시선과 나만의 고립감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데, 강남의 저녁 노을이 유독 차갑게 느껴졌다. 주변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카페에서는 연인들이 웃으며 대화하고 있었다. 나는 과연 그들처럼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대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이렇게 등급을 매겨서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게 나에게 주어진 최선의 방법일까. 예전에 파혼 위자료 청구 같은 뉴스들을 볼 때마다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결혼 시장이라는 곳에 발을 들이려니 그 법적인 문제들이 내 미래의 일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됐다. 신랑 신부의 조건이 맞지 않아 갈등을 겪는 사례들을 상담 내내 예시로 들었기 때문일까, 자꾸만 내가 만날지도 모르는 가상의 상대에게 거리를 두게 되는 기분이다.

아직 결정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며

결국 가입 서류에 서명은 하지 않고 나왔다. 매니저님은 고민해 보고 연락 달라고 했지만,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을 열어봐도 마땅히 연락할 곳이 없다는 게 서글펐다. 유아세례를 받았던 어린 시절처럼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람을 순수하게 좋아했던 기억은 이제 너무나도 멀리 있다. 어쩌면 나는 너무 현실적인 조건들에 갇혀서, 사람 그 자체를 보려는 노력을 멈춘 건 아닐까. 결혼 정보 업체를 통하면 시간은 단축될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잃게 될지도 모르는 내 마음의 조각들이 걱정된다. 다음 달에는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이렇게, 혼자 밥을 먹고 잠드는 것이 내 지금 상태에 가장 솔직한 모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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