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강남역 근처에서 들었던 결정사 상담 이야기

서류뭉치를 넘기며 느꼈던 묘한 기분

지난달쯤이었나, 친구 녀석이 하도 성화여서 강남역 근처에 있는 결혼정보회사를 한번 다녀왔다. 이름만 대면 아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번듯한 빌딩에 사무실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조용했고, 차분한 조명 아래서 상담 실장이 나를 맞이했다. 솔직히 말하면 좀 긴장했다. 인생을 사는 데 있어 누군가에게 내 스펙을 점수 매기듯 나열하고, 거기에 가격표가 붙는다는 게 기분이 묘했다. 상담비는 따로 없었지만, 가입비는 대략 3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 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내 서류를 훑어보던 실장은 담담하게 학벌이나 직업군을 체크했다.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지금 연봉은 어느 정도인지가 대화의 중심이었다.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대화의 결이 달랐다.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어떤 조건을 가진 물건을 분류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드니 갑자기 입이 텁텁해져서 내어준 둥굴레차를 몇 번이나 들이켰다.

50대가 되어야 실감하는 현실적인 조건들

거기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전현무가 결정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뉴스를 봤다. 남들이 보기엔 대단한 연봉에 유명세가 있어도, 그 바닥의 논리로는 또 다른 기준이 있나 보다. 나이 50이 되면 외모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들리던데, 실제로 그 안에서 오가는 데이터들을 보면 나이, 자산, 직업이 전부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내가 궁금했던 건 단순히 결혼을 빨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재혼이나 새로운 인연을 만날 때 사람들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주변에 재혼한 형님들을 보면, 예전처럼 연애를 해서 결혼하는 과정이 참 어렵다고들 한다. 다들 먹고살기 바쁘고, 서로 검증하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는 것 같다. 내가 겪은 상담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였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인생이 너무 단순하게 압축되는 것 같아서 좀 멍했다.

솔로 파티와 그 밖의 낯선 풍경들

상담 말미에 매니저가 은근슬쩍 솔로 파티 참여를 권했다. 가끔 주말에 호텔에서 열리는 행사인데, 거기 가면 좀 더 가볍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왠지 모르게 나는 그게 더 낯설게 느껴졌다. 모르는 사람들과 파티장에 앉아 짧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판단하는 과정이 과연 나랑 맞을까 싶었다. 예전엔 자연스럽게 술자리에서 눈 맞고, 취미 생활 공유하다가 연애로 이어지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기회조차 돈을 내고 사야 하는 시대인가 싶어 씁쓸했다. 비용을 내고 사람을 만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봤다. 과연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정말 진심으로 상대를 찾으러 오는 걸까, 아니면 다들 나처럼 뭔가에 떠밀려온 걸까. 사실 지금도 답을 잘 모르겠다.

신뢰라는 이름의 막연한 불안함

한번은 인터넷에서 명리학 커뮤니티를 보다가 재혼 관련 상담 글을 읽었는데, 거기서도 결정사 이야기를 하더라. 특히 재혼 희망자들이 금전적인 문제로 사기를 당하거나 상처받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듀오 같은 곳도 예전에 개인정보 유출로 문제가 있었다는 뉴스를 보면, 사실 이런 정보 업체에 내 모든 개인 정보를 맡기는 게 맞는 건지 여전히 의문이 든다. 상담할 때도 느꼈지만, 이 사람들은 나의 성향보다는 나의 자산 규모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물론 그게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겠지만, 왠지 나는 계속 뒷걸음질 치게 된다. 친구는 한번 해보라고, 요즘 다들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글쎄, 나는 조금 더 기다려봐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마음이 참 갈팡질팡한다.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는 고민들

집에 와서 거실 불을 켜는데 유난히 집이 조용했다. 다시 결정사 홈페이지를 켰다가 끄기를 반복했다. 300만 원이면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거나 사고 싶었던 시계 하나 살 수 있는 돈인데, 이걸 과연 나라는 사람을 만나는 데 투자하는 게 맞는 건지. 결혼정보회사를 통하면 확실히 효율은 높을 것 같다. 서로 목적이 같으니까 시간 낭비는 안 하겠지.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조금은 비효율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굳이 조건부터 따지지 않고, 대화하면서 점차 그 사람의 결을 알아가는 그 느린 과정이 조금 그리운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아직 회원 가입 버튼을 누르지는 못했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덜 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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