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정보 업체에 연락했다가 그냥 돌아온 날
가볍게 문을 두드렸던 날의 기억
지인들 결혼 소식이 부쩍 늘어난 요즘,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이름이 꽤 알려진 결혼정보업체 광고를 보게 되었다. 상담 예약 버튼이 생각보다 너무 쉽게 눌려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냥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막연한 불안함 때문이었을까. 상담료를 따로 받지는 않는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강남에 있는 사무실을 찾아갔다. 주말 오후 2시였는데, 생각보다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서 입구부터 조금 기가 죽었다. 예약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도 상담사들은 모두 바빠 보였고, 나는 좁은 대기 공간에 앉아 괜히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사무실 안에서 들었던 묘한 기분
상담실 안은 생각보다 더 조용했다. 나를 담당한 카운셀러는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내 조건을 하나하나 따져 물었다. 직장은 어디인지, 연봉은 대략 어느 정도인지, 부모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지.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이곳에서는 마치 성적표를 매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자꾸 머뭇거려졌다. 5년 넘게 만났던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로는 연애라는 게 참 어렵게 느껴지는데, 여기서는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데이터로 먼저 분류되는 느낌이 들어서 묘하게 불쾌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게 현실인가 싶어 멍하니 앉아 있었다.
비용에 대한 현실적인 벽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비용이었다. 보통 횟수로 계약을 하는데, 적게는 200만 원부터 시작해서 수천만 원대까지 상품이 있다고 했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건지, 아니면 요즘 세상이 다 이런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선뜻 결제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가볍게 이야기나 들어보자 했던 내 계획이 완전히 무너진 순간이었다. 상담사는 ‘요즘은 다들 이렇게 시작한다’며 나를 다독였지만, 그 말이 오히려 나를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는 여전히 더웠고, 백화점 쇼핑몰 근처를 걸으며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연애 프로그램 보면서 느끼는 괴리감
집에 돌아와 넷플릭스나 유튜브로 연애 프로그램들을 보면 참 딴 세상 같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서로 눈치 보며 설레는 과정을 보면 가끔은 현실감이 떨어진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나, 아니면 그냥 내 인생이 너무 사무적이고 딱딱하게 변해버린 건가 싶다. 며칠 전에는 2달 만에 헤어진 예전 여자친구에게 먼저 연락이 와서 밥을 먹기로 했다.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익숙한 사람이 그리운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약속 장소로 백화점을 정한 것도 별다른 이유가 없다. 그냥 실내라 시원하고, 혹시라도 어색해지면 운동복 구경이라도 하면 되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마음
결혼정보업체 상담을 받고 나서 며칠 동안은 생각이 많았다. 돈을 내고서라도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야 하는 건지 여전히 답을 못 내렸다. 사실 주변 친구들 중에는 앱으로 만난 사람과 결혼한 경우도 꽤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면서도, 막상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주말 오후를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다. 카운셀러가 마지막에 했던 ‘좋은 기회 놓치지 마세요’라는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돈다. 그게 진짜 기회였을까, 아니면 그냥 영업용 멘트였을까.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것들 투성이다.

백화점에서 운동복 구경이라니, 정말 현실적인 대화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 번 해본 적이 있는데, 그 순간이 얼마나 낯설게 느껴졌는지 몰라요.
인터넷 방송처럼, 묘한 감정 때문에 혼란스러워지네요. 백화점 데이트 같은 설정이 오히려 더 현실감 없게 느껴지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