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소개팅 주선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지인들의 소개팅 주선이 왜 이리 부담스러운지 모르겠다
최근에 주변 지인 몇 명이 자꾸 누굴 좀 만나보라고 등 떠미는데, 솔직히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예전에는 그냥 편한 마음으로 나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는 게 소개팅이었는데, 요즘은 다들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진 것 같다. 어제도 아는 형이 밥 한 끼 먹으면서 굳이 사진을 보여주는데, 그 사람이 하는 일이 뭐고 연봉이 대충 어느 정도라는 말을 먼저 꺼내는 걸 듣고 있자니 묘하게 기분이 이상했다. 예전 세이클럽에서 대화하던 시절처럼 가벼운 설렘은 온데간데없고, 무슨 서류 전형 통과하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결국은 사람을 만나는 건데, 그 과정이 너무 효율성 위주로 흐르는 것 같아 피로감이 먼저 온다.
아파트 인증 소개팅까지 등장한 세상의 서늘함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요즘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만 만남을 주선하는 모임이나, 심지어 입주민 인증을 해야 가입할 수 있는 소개팅 앱도 있다고 하더라. 서초구 반포동의 그 유명한 아파트 사례를 보면서 이게 정말 내가 알던 소개팅이 맞나 싶었다. 예전엔 그냥 청주나 창원 같은 동네에서 아는 사람 건너 건너 누구 괜찮대, 하고 가볍게 나갔던 게 전부였는데 말이다. 이제는 거주지나 자산 규모 같은 게 만남의 ‘선행 조건’이 된 것 같다. 이게 뭐라고 해야 할까, 사람을 인격체로 보는 게 아니라 특정 조건의 데이터로 보게 만드는 환경 같아서 괜히 씁쓸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만나면 과연 마음이 먼저 움직일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결정사에 기대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거리감이 느껴진다
결혼정보회사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예전에는 정말 결혼할 나이가 꽉 차서 최후의 수단으로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요즘은 부모님들이 먼저 나서서 가입을 권유하기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아주 자연스럽게 다뤄지더라. 고준희 씨가 방송에서 결정사를 통해 소개팅하는 장면을 보면서, ‘아, 정말 세상이 이렇게 변했구나’ 싶었다. 나도 가끔은 짝사랑만 붙잡고 있는 것보다 그런 시스템에 한 번 들어가 보는 게 시간 낭비를 줄이는 길인가 싶다가도, 막상 그 돈을 내고 가입하려고 하면 머뭇거려진다. 아마 200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가입비를 생각하면, 그 돈으로 차라리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나를 위한 여행을 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소개팅의 목적지가 꼭 결혼이어야 하는 피로감
결국 문제는 소개팅이라는 행위 자체가 너무 ‘결혼’이라는 목적지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 같다. 누가 소개팅을 주선해준다고 하면 사람들은 일단 상대방의 조건부터 따진다. 예전처럼 ‘성격이 밝다더라’는 말은 이제 뒷전이다. 대화의 첫 단추가 ‘어디 사세요?’, ‘직장이 어디예요?’로 시작되는 게 너무 당연해진 거다. 나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소개팅을 주선해달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 다음에 이어질 질문 공세와 조건 비교를 생각하면 그냥 덮어두게 된다. 이별 상담을 해주는 친구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니 ‘그냥 마음 편하게 나가봐’라고 하는데, 사실 마음 편하게 나가는 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정답이 없는 만남의 방식에 대해 생각한다
결국 이런 고민을 해봤자 딱히 대단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정사가 답도 아니고, 앱이 답도 아니며, 지인의 주선이 늘 성공적인 것도 아니다. 다들 외롭다고 하면서도 막상 누군가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많은 장벽을 스스로 쌓아두고 있는 건 아닐까. 어제는 연애 테스트 같은 걸 우연히 해봤는데, 결과가 좀 허무하게 나왔다.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유형이라나. 어쩌면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점점 고착화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소개팅을 해도 다들 바빠서 약속 잡기도 힘들고, 한두 번 만나보고 아니면 바로 정리하는 관계들이 많아지니 더더욱 정을 붙이기가 어렵다. 당분간은 그냥 이렇게 지내다가 자연스러운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이게 맞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맞아요. 소개팅이 원래 ‘만남’ 자체를 위한 건지 잊어버린 것 같아요. 오히려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압적인 느낌이 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