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혼자라는 게 실감 나던 밤에 가입한 곳

어쩌다 보니 돌싱카페 기웃거리는 밤이 잦아졌다

사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이었다. TV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출연자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다시 설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나도 저런 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50대라는 나이가 적지 않은 건 알지만, 집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으면 유독 적막이 크게 들릴 때가 있다. 거실 불을 다 켜놓고도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낯선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게 하루 일과처럼 되어버렸다. 처음엔 무슨 재혼정보회사니 뭐니 하는 광고성 글들이 눈에 띄어 거부감이 들었는데, 정작 들어가 보니 다들 사는 게 비슷비슷하더라. 그냥 누구라도 좋으니 내 일상을 짧게라도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읽혀서, 가끔은 댓글 하나 남기지 못하고 한참을 화면만 들여다보다가 껐다.

대구에서 꽤나 유명하다던 그곳 상담을 가봤을 때

지인이 건네준 정보가 있어서 대구 시내에 있는 한 결혼정보회사에 연락을 해봤다. 사실 상담료는 따로 없었지만, 막상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분위기가 참 묘했다. 상담해주시는 분이 내 나이대에는 이런 조건이 중요하고, 상대방은 이런 경제적 기반을 선호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쉼 없이 쏟아냈다. 상담비 명목은 아니었지만, 가입비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 가까이 요구하는 걸 듣고 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사람을 만나는 데 이렇게까지 돈을 들여야 하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 혼자일 것 같다는 불안감이 섞여 마음이 갈팡질팡했다. 사무실에서 나오는데 밖이 너무 밝아서 더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 만나는 게 업무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

소개팅 어플이나 돌싱 카페를 통해 몇 명을 실제로 만나보기도 했다. 대구 수성구 근처 카페에서 주말 오후 2시쯤 만났는데, 일단 앉자마자 서로의 이혼 사유를 묻거나 상대방의 자산 규모를 은연중에 확인하려는 모습이 영 불편했다. 마치 면접을 보는 기분이랄까. 어떤 분은 본인이 돌싱임을 굳이 강조하며 상대방에게도 무언가 완벽한 조건을 요구했는데, 그게 참 씁쓸했다. 나는 그냥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요즘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가 뭔지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데, 상대방은 이미 ‘결혼’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점수 매기기에 급급해 보였다. 두 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나왔는데, 진이 다 빠져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맥주 두 캔을 샀다.

굳이 또 누군가와 맞춘다는 게 가능할까

혼자 지내면서 생긴 내 나름의 습관들이 있다. 자기 전에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다거나, 주말에는 아무 약속 없이 거실에서 뒹굴거리는 거. 이런 것들을 다 포기하면서까지 누군가를 내 영역에 들여야 하나 싶기도 하다. 가끔 돌싱 카페에서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재혼해서 행복하다’는 글도 있지만, ‘다시 혼자가 되는 게 낫겠다’는 후기들도 꽤 보인다. 50대가 넘어서 다시 누군가와 맞추고 사는 게, 사실은 처음 결혼했을 때보다 훨씬 더 고난도 작업 아닐까. 마음은 여전히 외로운데, 몸은 이미 편안함에 익숙해진 것 같아 이 지점이 제일 혼란스럽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오늘도 카페 글만 본다

결국 재혼정보회사에 큰돈을 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소개팅 어플에서 만족스러운 인연을 찾지도 못했다. 그냥 이렇게 가끔은 외롭고 가끔은 자유로운 채로 지내는 게 내 팔자인가 싶다. 어제는 카페 게시판에 ‘재혼해도 결국은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댓글을 하나 남겼는데, 거기에 공감한다는 답글이 세 개 달렸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공감, 그게 지금의 내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내일은 날씨가 좋다고 하던데, 그냥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공원이나 혼자 다녀올 생각이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꽃 사진이나 찍으면서 돌아다니는 게 지금 당장은 훨씬 마음이 편하다. 이게 맞는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오늘 밤도 이렇게 흘러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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