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어플을 지웠다가 다시 깔기를 반복하는 이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어플과의 싸움
솔직히 처음엔 그냥 호기심이었다. 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주말마다 집에만 있는 게 좀이 쑤셔서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 준비를 하거나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생기는데 나만 정체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온라인 소개팅 어플을 처음 깔았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감정 소모가 클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정도의 가벼운 데이트메이트를 구하는 건 줄 알았는데, 막상 며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왜 이렇게 다들 무거운 주제로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200만 원은 우습다는 결정사 상담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아는 언니가 추천해 준 부산 시내의 작은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갔다. 상담실에 들어서자마자 담당자가 보여준 가격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입비가 200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호가하는데, 횟수 제한까지 있다고 하니 뭔가 결혼을 ‘구매’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먹고 여행이나 다니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일단 돌아왔는데, 결정사 비용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플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다 어디선가 비슷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진주에서 부산까지 올라온 소개팅
한번은 진주에 사는 분과 연락이 닿아서 부산역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다. 왕복 시간을 따져보니 이 사람도 나름대로 큰맘 먹고 오는 거겠지 싶어서 괜히 마음이 쓰였다. 카페에서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화 주제가 자꾸만 ‘평균 결혼 나이’나 ‘주거 문제’로 흐르는 게 너무 피곤했다. 그냥 서로 취미나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로 웃고 떠들면 좋으련만, 상대방은 이미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듯 질문을 던지는 게 눈에 보였다. 나도 모르게 ‘이 사람과는 오늘이 끝이겠구나’ 싶어서 커피만 빨리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표정이 너무 지쳐 보여서 조금 씁쓸했다.
동호회는 과연 다를까
부산 동호회 모임도 몇 번 나가봤다. 독서 모임이었는데 책보다는 결국 뒤풀이에서의 술자리가 본질이 되는 분위기였다. 거기서도 다들 자기소개를 할 때 은근슬쩍 직업이나 나이를 강조하는데, 그게 꼭 어플 프로필을 입으로 읽어주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정작 내가 원했던 건 아무 조건 없이 편하게 같이 산책할 수 있는 사람인데, 주변의 모든 환경이 다들 결혼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는 것 같아서 혼자 뒤처진 느낌이 든다.
룸메이트와 나누는 뻔한 연애 이야기
요즘은 퇴근하고 돌아오면 룸메이트랑 맥주 한 캔 하면서 매번 비슷한 주제로 수다를 떤다. ‘오늘도 이상한 사람 만났어’라거나 ‘진짜 괜찮은 사람은 다 어디에 있을까’ 같은 뻔한 푸념들이다. 나처럼 스킨십이나 과도한 관계 진전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냥 맛집이나 탐방하는 모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일 또 어플을 지울지, 아니면 다시 한번 새로운 사람을 찾아볼지 잘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피곤해서 그냥 자야겠다.

카페에서 대화가 그렇게 흘러가는 걸 보니까, 마치 설문 조사 같았어요. 저는 그런 대화는 잠시 피하는 편이에요.
진주분과의 만남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비슷한 나이대에서 이렇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게 쉽지 않겠어요.
혼자 산책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맴돌아서 그런가 봐요. 주변 사람들이 결혼 생각으로 바빠 보이니, 그걸 반영하려는 어플 사용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부산역에서 만난 분의 이야기가 좀 그랬어요. 서로의 취미 이야기로 웃는 게 더 좋았을 텐데, 질문처럼 체크리스트를 보는 느낌이 계속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