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촬영 날 사복 사진을 찍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챙겨갔는데

웨딩 촬영 날 짐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웨딩 촬영을 앞두고 드레스 말고 사복도 꼭 찍어야 하나 고민이 정말 많았다. 주변에서는 다들 드레스 입느라 정신없어서 사복은 뒷전이라고, 괜히 짐만 늘어난다고 말렸는데 이상하게 나는 그 자연스러운 느낌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스튜디오 촬영날, 강남에 있는 스튜디오까지 커다란 캐리어 하나에 옷가지를 바리바리 챙겨갔다. 헬퍼 이모님도 짐을 보시더니 왜 이렇게 많냐고 한마디 하셨다. 사실 그날 스튜디오 대관료가 300만 원 중반대였는데,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하는 만큼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마음도 아주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챙겨온 사복은 뻔하게도 화이트 셔츠와 청바지였다. 제일 깔끔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장에서 꺼내 놓으니 너무 평범해 보여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자연스러운 포즈

드레스는 입기만 해도 화려하니까 덜 어색한데, 사복을 입으니까 갑자기 평소 내 모습이 다 드러나는 것 같아서 포즈 잡기가 정말 힘들었다. 작가님은 자꾸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걸어보세요’라고 하시는데, 평소에 내 남자친구랑 이렇게 손잡고 설레는 표정으로 걷는 일이 어디 있나. 결국 처음 몇 컷은 거의 로봇처럼 움직였다. 옷이라도 좀 튀는 걸 입을 걸 그랬나 싶었다. 촬영하는 동안 옆 스튜디오에서 다른 커플이 화려한 커플룩을 입고 찍는 걸 봤는데, 나만 너무 밋밋한가 싶어서 괜히 마음이 쪼그라들기도 했다. 결국 사진 톤이랑 너무 안 맞을까 봐 준비한 재킷을 급하게 걸쳐봤는데, 오히려 그게 더 나았던 것 같기도 하다.

결국 풀메이크업 상태가 문제였다

촬영장에 가기 전 메이크업 숍에서 세 시간 넘게 앉아 있었다. 숍 비용만 대략 40만 원 정도 들었는데, 정작 오후 늦게 사복 촬영을 할 때쯤 되니까 얼굴에 기름도 좀 돌고 속눈썹이 눈을 찌르기 시작했다. 친구 말이 맞았다. 드레스 입고 찍는 사진은 화려한 배경이랑 조명 덕분에 메이크업이 과해도 예쁜데, 사복 입고 찍으니 마치 웨딩 촬영장이 아니라 무슨 화보 촬영 흉내 내는 사람 같았다. 거울을 보는데 내가 내 얼굴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아주 캐주얼하게 갈 거면 메이크업을 조금 연하게 할 걸 그랬나 싶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중간에 헬퍼 이모님께 부탁해서 머리를 살짝 묶었는데, 그게 그나마 사람 같아 보였다.

사진 셀렉할 때 고민되는 사복 컷

촬영 끝나고 며칠 뒤에 사진 셀렉을 하러 갔는데, 역시나 사복 컷은 앨범에 넣기가 좀 애매했다. 드레스 컷 사이에 섞여 있으니 너무 튀거나, 반대로 너무 분위기가 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 작가님은 ‘추억이니까 그냥 넣으시죠’라고 하셨지만, 추가 금액이 장당 몇만 원씩 붙으니까 손이 잘 안 갔다. 결국 가장 무난하게 잘 나온 사진 두 장 정도만 기본 구성에 넣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스튜디오까지 가서 비싼 조명을 받으며 찍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그냥 나중에 제주도나 어디 근교 여행 가서 삼각대 놓고 찍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모든 장면을 완벽하게 남기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남아있는 찜찜함

결국 사복 촬영 컷을 앨범에 넣긴 했는데, 과연 나중에 이 사진들을 보면서 ‘아, 그때 정말 잘했다’라고 생각할지 아니면 ‘그냥 좀 웃기네’라고 생각할지는 잘 모르겠다. 사진 속 내 표정이 너무 의식한 표정 같아서 볼 때마다 조금 민망하다. 스튜디오 촬영이라는 게 사실 남이 찍어주는 낯선 환경이라 그런지, 사복이라는 편안한 옷을 입고 있어도 몸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던 것 같다. 다시 돌아가라면 사복은 그냥 집 근처 공원에서 셀프로 찍고, 스튜디오에서는 드레스 컷에 더 집중했을 것 같다. 아니면 아예 더 파격적인 옷을 입어볼 걸 그랬나. 지금도 사진 셀렉했던 날의 기억은 약간의 아쉬움과 함께 남아있다. 분명 즐거웠는데, 왜 이렇게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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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화이트 셔츠에 청바지라니, 저도 그런 생각은 한 적 있어요. 촬영 당일에 옷이 튀는 게 걱정되면서도, 동시에 너무 평범한 것 같아 오히려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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