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단지 구경하다가 엑셀 파일만 붙잡고 밤을 새웠다

지난 주말에는 양산가구단지에 다녀왔다. 그냥 가볍게 어떤 스타일의 가구가 요즘 나오는지, 가격대는 어느 정도인지 감이라도 잡아보자는 마음이었다. 사실 결혼 준비라는 게 처음에는 막막하니까 뭐라도 하나씩 해치우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다. 근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넓은 매장을 한두 시간 돌아다니다 보니 눈만 높아지고, 머릿속은 온통 견적서 생각뿐이었다. 소파 하나를 봐도 이게 정말 십 년을 쓸 수 있을지, 아니면 이사 갈 때 처분해야 할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상담받아본 결혼정보회사의 묘한 분위기

사실 가구 투어보다 더 당황스러웠던 건 얼마 전 호기심에 찾아갔던 결혼정보회사 상담이었다. 요즘은 웬만하면 다들 한 번씩은 알아보는 추세라길래 무작정 상담 예약을 잡았다. ST브라이드였나, 이름이 익숙한 곳이었는데 막상 들어가니 분위기가 생각보다 삭막했다. 매니저분은 내 직업과 연봉, 집안 환경을 아주 기계적으로 체크했다. ‘이쁜여자’를 찾는다거나 조건적인 부분만 너무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이게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과정인지, 아니면 그냥 조건에 맞는 물건을 매칭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상담비가 꽤 비쌌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돈이면 차라리 가전제품 하나를 더 좋은 걸 사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부산박람회와 해운대 한복 대여의 늪

부산박람회도 다녀왔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부스마다 상담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거절을 못 하고 팸플릿만 잔뜩 들고 나왔다. 특히 전통혼례나 한복 관련 부스는 왜 그렇게 화려한지. 해운대 한복 대여점을 몇 군데 봐뒀는데, 대여 비용만 생각해도 예산이 훌쩍 넘어가 버린다. 그렇다고 예산에 맞춰 저렴한 걸 하자니 사진 찍을 때 후회할 것 같고, 비싼 걸 하자니 당일 하루 입고 말 옷에 너무 큰돈을 쓰는 것 같아 마음이 계속 불편하다. 결혼식 준비 리스트를 엑셀로 정리하다가 새벽 2시가 넘었는데, 결국 ‘돈’ 문제에서 답을 못 찾고 창을 닫았다.

지원금 알아보며 든 허탈함

요즘 결혼자금이나 신혼부부 지원금 같은 걸 찾아보고 있다. 서울시 희망두배 청년통장 같은 정책을 보면, 3년 동안 꼬박꼬박 15만 원씩 저축해서 1080만 원을 만드는 게 꿈만 같다. 지방은 이런 혜택이 서울보다 적어서 더 속이 쓰리다. 토스 모임통장에 남자친구랑 야금야금 돈을 모으고 있는데, 이게 집을 구하는 데 얼마나 보탬이 될지 가늠이 안 된다. 명의 문제나 증여세 이야기를 검색하다 보면 더 머리가 아프다.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게 이렇게 복잡한 일이었나 싶기도 하고.

아직도 풀리지 않는 것들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가구 하나, 식장 하나, 대여 품목 하나하나가 다 돈으로 직결되니 감성적인 부분은 사라지고 삭막한 계산기만 남는다. 재가나 비혼에 대한 고민을 하는 주변 친구들의 마음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준비 과정에서 우리가 싸우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아니면 이 과정 자체가 벌써 우리 관계의 시험대일까. 당장 다음 달 계약금을 넣어야 하는데, 아직도 결정을 못 내리고 멍하니 앉아 있다. 내일은 또 다른 가구점에 가보기로 했는데, 또 가서 견적만 물어보고 올 것 같아 벌써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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