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 상담 예약까지 딱 일주일 걸렸다

처음 결정사를 방문하게 된 계기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좀 망설여졌다. 친구가 요즘 결혼정보회사 순위니 뭐니 하면서 어디가 상류층 매칭에 특화되어 있고, 어디가 재혼 전문이라며 링크를 보내줬을 때까지만 해도 내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서른 중반이 넘어가니 자연스럽게 소개팅 자리도 줄어들고, 지인들 건너건너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도 예전만큼 즐겁지가 않았다. 예전엔 그냥 연애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뭔가 기준이 너무 많아진 느낌이랄까. ‘그래, 상담 한 번 받아본다고 인생이 바뀌겠어?’ 싶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듀오를 포함해 대형 결정사 몇 곳에 온라인 상담 신청을 넣었다.

17년 연속 1위라는 홍보 문구를 보며

상담 예약을 잡는 과정은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전화를 받으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마치 면접 보는 기분이 들었다. 상담사들은 다들 친절했다. 특히 인지도나 서비스 품질에서 17년 연속 1위라고 적힌 홍보 문구들이 눈에 띄었는데, 사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싶기도 했다. 어차피 결정사는 나랑 맞는 매니저를 만나는 게 중요한 거 아닐까. 상담실에 들어서니 예상보다 훨씬 많은 데이터들이 모니터에 떠 있었고, 내가 원하는 상대의 조건들을 하나씩 말할 때마다 매니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게 느껴졌다. 성격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을 때 매니저가 살짝 웃던 그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결국 수치화된 조건들 속에 사람이 들어가는 느낌이 꽤 묘했다.

집은 못 사도 침대는 에루샤급이라는 말의 무게

상담 중에 혼수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요즘 신혼부부들이 침대 같은 가구에 들이는 돈이 엄청나다고 했다. 결정사에서 이런 통계 자료를 활용하는 걸 보면서, 결혼이라는 게 단순히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걸 넘어서 거대한 경제적 결합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300만 원에서 500만 원을 호가하는 매트리스를 구매하는 요즘 세대들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과연 나는 어떤 조건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매니저는 나의 직업과 자산 규모를 듣고는 어느 정도 레벨의 그룹에서 매칭이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을 던졌다. 그게 마치 등급을 나누는 것 같아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을 마주한 것 같아 묘하게 안심이 되기도 했다.

부모님의 반대와 가치관의 괴리

상담사님이 해주신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부모 세대와 지금 세대의 결혼 가치관 차이’였다. 예전에는 남성의 부양 능력이 절대적이었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그런데 막상 내가 부모님께 결정사 이야기를 꺼냈을 때, 돌아온 반응은 여전히 ‘안정적인 직장이 최고’라는 것이었다. 30대 중반의 내 선택권보다 여전히 그분들이 생각하는 조건이 내 우선순위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수영강사 남친과 대기업 연구원 사이에서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졌다는 사례를 들었을 때, 이게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남은 불확실한 감정들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문득 내가 왜 여기서 이렇게까지 하고 있나 싶었다. 300만 원이 넘는 가입비를 내면 정말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순위가 높다고 해서 내 마음을 흔드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가입을 할지 말지 결정을 못 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재혼 전문 업체인 온리유에서 봤던 기피 대상 1순위가 ‘고집불통’이라던데, 혹시 나도 나만의 고집으로 누군가를 밀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냥 서류상의 조건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더 효율적인지, 아니면 예전처럼 그냥 어디선가 툭 튀어나오는 인연을 기다려야 하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당분간은 이 고민을 안고 좀 더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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