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등쌀에 못 이겨 다녀온 철학관

부모님 손에 이끌려 가게 된 사주집

결혼 준비라는 게 정말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단순히 웨딩홀 예약하고 드레스 고르는 게 끝인 줄 알았는데, 양가 어른들이 은근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바로 ‘택일’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런 걸 믿는 편은 아니지만, 부모님께서 굳이 이름난 곳을 알아봐 주시겠다며 성화이시니 거절하기가 참 애매했다. 결국 주말에 시간을 내서 부평 어딘가에 있다는 철학관을 다녀왔다. 예약금을 5만 원 정도 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앱으로도 사주를 본다지만 직접 얼굴 보고 물어보는 게 부모님 마음은 편하신가 보다. 가서 앉아 있는데 괜히 긴장되기도 하고, 내 인생의 중요한 날을 왜 남의 입을 빌려 결정해야 하나 싶은 묘한 기분도 들었다.

쥐띠와 말띠 궁합이라는 생소한 이야기

철학관에 앉아서 생년월일시를 말씀드리니 한참을 책을 뒤적이시더라. 내가 쥐띠고 예비 신랑이 말띠인데, 궁합이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한 명이 조금 희생해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이런 말은 결혼 준비 카페에서도 흔히 보는 내용인데, 전문가가 직접 ‘절대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싶었다. 생각보다 상담 시간은 30분도 채 안 걸렸는데, 비용은 10만 원을 드렸다. 앱에서 5천 원 주고 보는 것보다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께서 안심하시는 모습을 보니 그걸로 된 건가 싶다가도 문득 이게 맞나 싶기도 했다.

날짜를 정하는 것의 무게감

상담 끝에 받은 날짜는 세 개 정도였다. 5월의 어느 토요일과 10월의 금요일, 그리고 아예 겨울로 넘어가는 날짜였다. 그런데 막상 날짜를 받아오니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미리 봐두었던 웨딩홀은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유명한 곳들은 최소 1년 전부터 움직여야 한다는데, 우리는 철학관 다녀오느라 시간을 너무 지체한 거다. 결국 처음에 찍어두었던 날짜는 포기하고, 철학관에서 받은 날짜 중 하나인 11월의 어중간한 날로 변경해야 했다. 날씨가 추워질까 봐 걱정인데, 이게 정말 잘하는 건지 아니면 불필요한 고생을 사서 하는 건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예약 전쟁터가 된 웨딩홀 상황

웨딩홀 상담을 받으러 다니는데 담당자가 우리가 택일해온 날짜를 듣더니 살짝 웃더라. ‘길일’이라는 게 다들 비슷해서 그날은 이미 풀 부킹이라고 했다. 아니, 길일이라서 잡은 날인데 왜 예약이 안 되는 건지, 이런 모순된 상황이 참 답답했다. 주변 친구들은 그냥 자기들이 원하는 날짜에 맞춰서 식 올리고 잘만 산다던데,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하다. 웨딩플래너를 끼고 진행하면 좀 나을까 싶어서 상담도 받아봤는데, 역시나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냥 직접 발품 파는 게 최선인 것 같은데, 사실 그럴 체력도 이제는 바닥이다.

계속되는 막연한 불안감

결국 어찌어찌 날짜를 잡기는 했다. 그런데 막상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개운하기보다는 또 다른 걱정이 생긴다. 정말 사주 풀이대로 우리가 내년에 결혼을 해야만 탈 없이 잘 사는 걸까? 아니면 그냥 우리가 선택한 날짜에 맞춰서 잘 사는 게 중요한 걸까? 가끔 연애 상담 앱이나 심리 상담 전화를 보면서, 차라리 이런 곳에서 서로의 성향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날짜는 잡혔고, 이제부터는 식장 준비부터 스드메까지 챙겨야 할 산이 태산이다. 결혼 준비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귀찮고 피곤한 과정인 것 같다. 날짜를 택일하면서 생긴 작은 고민들은 정작 결혼 준비의 큰 그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은 여전히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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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길일을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군요. 저도 어떤 행사할 때 날짜를 고를 때 주변의 권유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굳이 그런 부담을 받을 필요는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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