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어플을 지우고 나니 남은 것들
어제도 늦게까지 잠이 안 와서 휴대폰을 뒤적거렸다. 벌써 세 달째 깔려 있던 소개팅 어플 몇 개를 삭제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다 지워버렸다. 사실 처음에는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시작했다. 친구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돌릴 때만 해도, 나도 곧 누군가를 만나겠거니 했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건조했다. 벤츠 S클래스를 타든 말든, 그건 나중 문제였다. 일단 누구를 만날 기회 자체가 없으니까.
어플의 세계는 생각보다 더 복잡했다
소개팅 어플 순위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상위에 있는 것들을 몇 개 써봤다. 프로필 사진을 고르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너무 잘 나온 사진을 쓰면 실물과 다르다고 할까 봐 걱정되고, 적당히 나온 걸 쓰면 반응이 아예 없다. 채팅 사이트 순위도 찾아보고, 조금 비싸다는 유료 서비스도 결제해봤다. 한 달에 5만 원 정도 나갔던 것 같은데, 매칭되어서 대화 몇 마디 나누다가 끊기는 게 일상이었다. 어떤 사람은 카톡 소개팅으로 넘어가자마자 프로필 뮤직을 보고는 감성이 안 맞는다며 차단하기도 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가 싶어서 멍하니 화면만 보던 밤들이 생각난다.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게, 이런 식으로 필터링 당하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모임 어플로 시선을 돌렸을 때
어플에서 오는 피로감이 너무 커서, 이번에는 모임 어플을 깔아봤다. 독서 모임이나 러닝 모임 같은 것들. 확실히 화면 너머의 익명보다는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게 낫긴 했다. 하지만 여기도 묘한 기류가 있다. 다들 처음에는 친절하게 대하지만, 목적이 분명한 사람들이 있다. 나를 그냥 친구로 대하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검증의 대상인 건지 가끔은 눈치가 보일 때가 있다. 물론 좋은 사람들도 있었다. 같이 보트를 타거나 연말에 모여서 맥주 한잔하는 친구들은 생겼다. 44가지 할 일이 있다는 기사를 보며 실소했는데, 막상 남자들끼리 모여서 게임하고 노는 게 오히려 마음 편하더라. 적어도 계산기를 두드릴 필요는 없으니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하고, 나는 여전히 제자리인 것 같다. 지인한테 소개팅 좀 해달라고 말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부탁하는 내가 더 민망해져서 입을 다물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나 자신을 가꾸면 좋은 사람이 온다’고 한다. 그런데 나를 가꾸는 과정이 왜 이렇게 외로운 건지 모르겠다. 2026년식 레터링 티셔츠를 사 입고 나를 표현해 봐도, 그게 누군가에게 내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이 될지는 의문이다. 그냥 내가 입고 싶어서 입는 거지. 여자친구를 사귀는 방법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서두르는 건지 가끔은 잘 모르겠다. 오늘도 밖에는 연인들이 많이 보이던데, 그냥 집에 들어가서 밀린 영화나 한 편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 외로움이 꼭 나쁜 건가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된 건가. 모르겠다. 내일은 회사 가야 하니까 일단 자야지.

사진 고르는 게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짜증이 났었거든요.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는 좀 긴장될 것 같아요. 벤츠는 일단 잊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