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를 기웃거리다가 결국 그냥 두기로 했다

가입비 상담만 두 시간 넘게 걸렸다

주변에서 하나둘씩 결혼 소식이 들려오니까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더라. 솔직히 말하면 불안함이 좀 컸던 것 같다. 친구들은 다들 짝을 찾아서 나가는데 나만 여기 멈춰있는 기분이 들어서, 충동적으로 결혼정보회사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무슨 무료 상담 이벤트 같은 거에 홀려서 신청했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상담하러 간 강남의 어느 사무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였다. 커피 한 잔 내어주며 웃으면서 대화하지만, 결국 이 사람들이 말하는 건 내 학벌이랑 직장, 연봉을 수치화해서 등급을 매기는 과정이더라.

가입비가 거의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선이라고 들었을 때는 정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중에는 할인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그 가격도 내 한 달 월급보다 많았다. 내가 지금 이런 돈을 내면서까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가 싶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상담해주시는 분은 성혼비 이야기를 하면서 ‘이 정도 투자해서 평생의 짝을 얻는 거면 남는 장사’라고 하셨지만, 글쎄, 그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카카오톡 소개팅이랑 다를 게 뭐냐는 생각

상담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카카오톡으로 지인이 보내준 소개팅 어플을 구경했다. 사실 예전에는 이런 거 안 했는데, 결혼정보회사에서 대접받지 못한 기분을 여기선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싶었나 보다. 프로필 사진을 고르고, 나를 소개하는 문구를 몇 번이나 고쳐 썼다. 그런데 막상 매칭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결혼정보회사랑 크게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형식적인 인사, 물어보는 항목도 비슷하다. ‘주말엔 뭐 하세요?’, ‘취미가 뭐예요?’. 이런 뻔한 질문만 오고 가다가 며칠 지나면 대화가 끊긴다.

어떤 날은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어서 허무했다. 결혼이라는 게 단순히 조건을 맞추는 퍼즐 맞추기 같은 건지, 아니면 정말 누군가와 마음이 통하는 과정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유아세례 선물 고르듯 조심스럽게 누군가를 알아가고 싶었는데, 현실은 그냥 쇼핑하듯 서로를 평가하고 점수 매기는 것뿐이었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데 왜 자꾸 조급해질까

사실 나는 지금 혼자 사는 게 꽤 나쁘지 않다. 가끔 적적하긴 하지만, 내 공간을 내 마음대로 꾸미고 저녁에 아무 간섭 없이 책을 읽거나 시집을 뒤적이는 시간도 소중하다. 최근에 사둔 시집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를 읽으면서 마음을 다스려보려고 했다. 그런데 왜 자꾸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을까. 성혼비 몇백만 원을 낼 용기는 없으면서, 그렇다고 당장 누군가를 만날 노력은 또 하기 싫어하는 내 모습이 참 모순적이다.

어제는 카페에 갔다가 옆자리에서 소개팅하는 사람들이 들렸다. 누가 먼저 연락했네, 주말에 어디 갔었네 하는 시시한 대화였는데, 괜히 그 소리가 신경 쓰여서 읽던 책만 계속 다시 읽었다. 나도 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생기면 정말 결혼하고 싶어질까? 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혼자서 조용히 지내는 게 나은 걸까. 확실한 건, 지금 당장 결혼정보회사에 수백만 원을 결제할 마음은 사라졌다는 거다. 그렇다고 딱히 다른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렇게 또 시간이 흘러가는 건지 모르겠다.

남겨진 물음표와 해결되지 않은 주말

다음 주말에도 나는 아마 카페에 가서 노트북을 켜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친구들은 가끔 나에게 ‘성격이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냐’라거나 ‘눈을 좀 낮춰보라’고 조언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저 나랑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것뿐인데 그게 참 어렵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제안했던 그 많은 사람들의 명단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그 안에서 과연 나를 진짜 나로서 봐줄 사람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만 남는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면 마음이 편해질까. 예전에 들었던 노래 가사처럼 봄이 오면 시집 올 때 입었던 옷을 다시 꺼내 입는 그런 시절이 나에게도 올지, 아니면 그냥 조용히 혼자서 나이 들어갈지 잘 모르겠다. 지금은 아무런 답을 내리지 않는 편이 차라리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상담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의 그 공허함이 가끔은 정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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